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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이서는 몸에 밴 냄새를 씻어냈고 편한 잠옷을 입은 채 침대 위로 올라갔다. 눈을 감는 순간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 꿈은 강이서를 10년 전 그 어둠 속으로 끌어갔다.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날카로운 번개가 어둠을 가르면서 번쩍였다. 천둥소리는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유람선은 거친 파도에 출렁이고 있었다. 그날 밤, 강이서의 가족은 전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비명과 울부짖음 속에서 거대한 배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강이서는 절망과 죽음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때 전설에서 나올 법한 신비로운 생물이 나타나서 구해주었다. 그 생물은 강이서를 무인도로 데려가서 일주일 동안 돌봐주었다. 그 생물은 강이서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병을 치료해 주었다. 고열과 악몽에 시달리던 강이서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뜬 순간, 강이서는 마치 천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생물과 마주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생물은 턱을 괴고 강이서를 관찰하고 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눈은 차가운 바닷물에 젖은 보석처럼 어둡고 차가웠다. 피부는 깊은 바다 생물처럼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창백했다. 그러나 강이서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생물의 하반신이었다. 비늘은 빛에 따라 색이 변했고 어떤 단어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생물이었다. 그 생물은 아름다운 인어였다. 인어는 강이서를 매우 좋아했고 세심하게 돌봐주었다. 그러나 인어가 바다로 들어가서 먹이를 찾으러 간 사이에 강이서는 구조 헬리콥터를 타고 돌아갔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무인도에서 보낸 일주일은 깨기 쉬운 꿈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흐릿해져 갔고 인어와 비슷한 생물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악몽에서 깨어난 강이서는 실험실로 향했다. 영양제를 섞기 시작할 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살며시 두드렸다. 은색 제복을 입은 베라가 들어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서야, 17번 실험체가 분열 실험을 하러 가게 되었어.” 강이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분열 실험은 무기로 실험체를 찢어서 재생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베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실험체에 정을 주지 마.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 “알겠어.” 베라는 생물 연구원이었고 강이서는 사육과 생물의 습성 연구를 담당하고 있었다. 강이서는 이 생물들이 감정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실험체들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험체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느꼈고 강이서에게 의지하면서 아이처럼 달라붙어 관심을 받으려고 애썼다. 강이서는 17번 실험체 앞으로 걸어갔고 물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문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속삭였다. “17번, 오늘 분열 실험을 하러 가게 될 거야.” 문어 인간은 재빨리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길고 빽빽한 속눈썹은 물에 젖은 깃털처럼 눈을 반쯤 가렸고 강이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인간을 초월한 듯한 아름다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문어 인간은 강이서를 만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도 문어 인간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군소 인간처럼 애교를 부리지 않았고 빨간 눈으로 강이서의 동정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애교로 강이서의 관심을 얻으려 하지도 않았다. 문어 인간은 그저 침묵하면서 강이서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실험을 받으러 가는 날은 달랐다. 실험 후 강이서는 문어 인간을 특별히 챙겨주었다. 실험의 고통은 강이서의 시선과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문어 인간은 행복했다. 고통은 그에게 있어 강이서의 따뜻한 손길과 눈빛을 받기 위한 대가일 뿐이었다. 오후 한 시, 실험체 A-17 번은 테스트 구역으로 보내졌다. 고밀도 수조는 문어 인간을 겹겹이 에워쌌고 호송 담당 직원들은 전신 방호복을 입고 레이저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모두 수조 안에 갇힌 문어 인간이 엄청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강이서는 그 뒤를 따라갔다. 문어 인간은 수조 안에서 아주 조용했고 호송 담당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이서 씨의 사육 기술은 정말 뛰어나군요. 다른 실험체들을 호송할 때마다 항상 힘들었거든요.” 강이서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문어 인간을 바라보았다. 권한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험 과정을 지켜볼 수 없었다. 강이서는 어쩔 수 없이 문밖에서 기다렸다. 분열 실험은 상상보다 더 잔혹했다. 17번의 촉수를 한 번씩 절단하고 생화학 무기로 공격해서 반응 속도와 재생 능력을 테스트했다. 기이한 생물은 지구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강하지 않았다. 대부분 새끼나 배아 형태로 발견되었고 생물 회사와 부대에 의해 포획되고 통제되었다. 유전자 조각은 어떤 알려진 생물과도 동일하지 않았고 음모론자들은 이 생물들이 외계에서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거대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생물을 통제하려고 했다. 아마도 이는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자만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지배하려 했지만 바벨탑이 결국 신의 개입으로 실패한 이야기를 잊고 있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문이 열리자 강이서는 금속 사슬에 묶인 채 기진맥진한 문어 인간을 발견했다. 아름답고 차가운 얼굴에 푸른빛 혈액이 흘러내렸고 짙은 녹색 머리카락이 이마 앞으로 흘러내려서 눈을 가리고 있었다. 목에는 금속 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은색 사슬이 아름다운 몸매를 묶고 있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구원들은 문어 인간을 둘러싸고 감탄했고 테스트 결과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문어 인간은 고개를 돌려 강이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치 길모퉁이에서 버려진 고양이가 무정한 주인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문어 인간은 힘없이 촉수를 움직이더니 몸을 움츠렸다. 푸른 피가 묻은 꼬리는 마치 강이서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문어 인간은 끝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혔고 두 번째 실험이 시작되었다. 17번의 얼굴은 차가운 금속 문 뒤로 사라졌다. 강이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손이 덜덜 떨렸다. 쾅! 테스트 구역과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머리 위의 조명이 깜빡였다. 수많은 무장 요원들이 잔뜩 긴장한 채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 주위에는 많은 생물 연구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강이서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폭발음이 난 곳은 S 구역이었다. 바벨탑 실험 기지에서 가장 신비롭고 위험한 구역이었다. 거대한 벽 뒤에는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이 살고 있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얼마 후, S 구역의 닫힌 문이 안에서 열렸다. 강이서는 바벨탑에서 가장 명망 높은 허진웅 교수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급히 대피 통로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허진웅의 왼팔은 찢어진 듯했고 뒤따르는 의료진이 거즈로 누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열린 S 구역 문 뒤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안에서 도망쳐 나온 연구원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특, 특급 생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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