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여기는 바벨탑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강이서는 이 거대한 수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들은 말에 의하면 수조의 바닥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깊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며 바벨탑 기지에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실험체가 갇혀 있다고 했다.
‘찰랑’하는 미세한 금속 충돌음이 뒤에서 들렸다.
마치 차가운 뱀의 혀가 목덜미를 핥고 지나가는 듯한 매우 사악한 느낌에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악의가 마음을 휘감았다.
경계심이 든 강이서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발바닥에서 흐르는 피가 땅에 긴 핏자국을 남겼지만 이내 빗물에 씻겨 희미해졌다.
신비로운 육각형 광장에 처음 온 강이서는 왠지 누군가 그녀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로 들어온 순간부터 불쌍한 희생양이 되어 사냥꾼에게 노출된 듯했다. 깊은 바다에서 온 생물체들은 빛이 없어도 어둠 속에서 볼 수 있었지만 강이서는 그렇지 못했다.
새로운 탈출 경로를 찾아 여기를 떠나려던 강이서는 바닥에 무언가가 푸른 빛의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투명하고 미세한 푸른 빛을 띠는 부러진 뿔을 본 강이서는 발걸음을 멈췄다.
단면으로 잘린 촉수의 상처에서 푸른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을 보니 이제 잘린 것 같았다.
17번, 문어 인간이 공격을 받았다.
앞을 내다보니 알 수 없는 생물들의 사체가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각기 다른 형태로 죽어 있는 것을 보니 여기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던 것 같았다. 뒤집힌 무장 차량과 수조 조각들이 움직이지 않는 실험체들의 몸 위에 흩어져 있었다. 바닥의 액체는 빗물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생물의 피였다.
이런 상황에 17번 문어 인간은 홀로 떠난 듯 보이지 않았다.
살아만 있다면 희망이 있었다.
무장 차량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며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줘...”
몸을 굽혀 아래를 본 강이서는 그 사람의 다리가 변형된 무장 차량에 짓눌린 것을 발견하고는 끊어진 천 조각을 찢어 그 사람의 허벅지를 조여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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