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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진기의 말을 들은 하윤도의 얼굴은 믿기지 않는 표정에서 놀라움, 놀라움에서 분노와 질투가 가득 담긴 얼굴로 변했다. 하윤도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이진기를 노려보았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생겼어? 며칠 전에만 해도 돈이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9천만 원이나 하는 옥패를 샀어?” “내 돈이야. 어디서 생긴 건지는 알 필요가 없잖아.” “흥!” 하윤도는 콧방귀를 뀌며 악랄하게 말했다. “집이라도 판 거야? 아니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생겨?” “집을 팔았겠지. 쯧쯧. 미친놈. 집을 팔고 옥패를 사다니. 너 진짜 미쳤어.” 주란옥이 말했다. 그때, 종업원은 옥패를 소중하게 포장을 하고 이진기를 보며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구매하신 옥패 포장이 끝났습니다.” “잠깐만!” 하윤정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진기. 그 옥패 나에게 줘.” “네가 돈이 어디서 생겼든 난 상관 안 해. 우리 그동안 잘 지내 왔잖아. 지금 내 동생 하윤도가 돈이 필요해. 그런데 너는 돈이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 옥패를 나에게 줘.” 그녀의 말을 들은 주란옥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거렸다. “맞아. 그 옥패를 우리에게 줘. 그러면 전에 있은 일도 우리가 큰 아량으로 용서해 줄게.” “내가 보기에 너희들은 진짜 미쳤어! 지금 뺏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이진기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몸을 돌렸다. 마음이 급해난 하윤정은 손을 뻗어 이진기의 팔을 꽉 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진기, 너 이렇게 못돼먹은 사람이었어?” “내가 못돼먹었다고?” 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못돼먹어도 너희 가족들과 비기면 좋은 사람이야.” 이진기는 하윤정의 팔을 뿌리치고 큰 발폭으로 가게를 나섰다. 이진기가 가게를 나서자 하윤정 가족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마!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잔뜩 약이 오른 하윤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의 인상속 이진기는 시골 촌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진기가 9천만 원 옥패를 사는 그 순간부터 그에게 돈이 어디서 생겨났던 그들은 그의 돈에만 눈독을 들였다. “저 쓰레기 같은 새끼가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좋은 물건을 가질 수 있어! 그것은 본디 내 것이어야 해! 집을 팔았을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어디서 저렇게 많은 돈이 생겨! 어차피 그 돈, 나에게 줬어야 하는 돈이었어!” 하윤도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아들, 너무 화내지 마.” 주란옥은 하윤도를 위로하며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가서 함께 대안을 생각해 보자. 윤정이의 인생을 몇 년이나 버렸으면 됐어. 대가를 내놓아야 돼... 돈이라도 내놓아야 돼!” 하윤정은 이진기가 사라진 방향을 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엄마 말이 맞아요. 이렇게 지나갈 순 없어요. 돈이 있으면서도 주지 않고 날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잘 살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 ...... 감성옥집에서 나온 이진기는 길옆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지금은 앱으로 택시를 부르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는 머릿속으로 간편하게 택시를 부르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농협은행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제출해 주신 의견을 저희 은행 본사에 신청했어요. 이 선생님께서 카드에 잔액이 18억 원만 있으시면 저희 은행도 선생님의 요구에 따라 제일 좋은 VIP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저희 은행에 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진기는 은행에서 하는 말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이 시대에 현금 18억 원은 은행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제가 지금 은행 근처에 있어요. 은행 금고에 작은 물건도 맡기려고 해요. 지금 출발할게요.” 이진기는 전화를 끊고 택시에 앉아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에 도착한 이진기는 회전문에서 한 사람과 크게 부딪혔다. “제기랄, 눈이 삐었나!” 그 사람은 이진기에게 욕부터 퍼부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이도혁은 웃는 얼굴로 이진기를 보며 말했다. “어이구 이진기? 오늘 월급이라도 받았어?”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이도혁의 곁에 다가왔다. 그녀는 이도혁의 팔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도혁아, 누구야?” 이도혁은 웃으며 그를 소개했다. “내 사촌 동생. 시골 촌놈. 얘네 집 엄마 아빠가 얘한테 돈을 빌려줘서 도시에 집을 샀잖아. 나에게도 물어봤는데.” 여자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얼마를 빌려주었어?” “빌려주긴 뭘!” 이도혁은 이진기를 비웃으며 말했다. “얘네 집은 아무런 능력도 없어. 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말아야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도시에 와 살겠다고. 제 주제도 모르면서! 너무 불쌍해서 우리 엄마가 얘네 엄마에게 만 원을 주며 돼지 뇌라도 사 먹으면서 생각을 해보라고 했어. 하하하...” 여자가 배를 끌어안으며 웃었다. 이진기를 훑어보던 그녀는 이도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 너무 나빠.” 우월감에 빠진 이도혁을 이진기는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도혁은 그의 사촌 형님이 맞다. 그의 아버지가 예전에 공장을 차려 돈을 많이 벌어 이도혁은 그 마을에서 재벌 2세라는 소리마저 들었다. 이진기뿐만이 아니라, 그의 부모님도 이도혁의 말이라면 껌뻑 넘어갔다. 이도혁의 집에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진기는 현재 그 공장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도혁이 공장의 모든 돈을 빼돌려 공장에 위기가 닥쳤고 망해버렸다. 이도혁은 여자에게 돈을 사기당하고 다른 도시에 가서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그 여자가 바로 이진기의 눈앞에 있는 여자일 것이다. “일 보러 왔어. 비켜.” 이진기가 이도혁을 차갑게 쏘아붙였다. “일 보러 왔다고?” 이도혁은 경멸스러운 눈길로 이진기를 보며 웃었다. “월급이 18만 원이라도 돼? 만원 2만 원을 인출하는 것도 일이냐? 너 진짜 쪽팔리는 거 알아?” 이도혁의 비웃음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중년의 남자는 곁에 있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진기를 발견하고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했다. “이 선생님 맞으시죠?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군요. 저는 은행장 장기현이라고 합니다.” 장기현의 공손한 태도를 이도혁과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보았다. “도혁아, 이 선생님이라고 했으니까 너를 말하는 거겠지?” 여자가 이도혁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정신을 차린 이도혁은 자신이 성이 이 씨인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래 날 찾아온 거겠지 설마 이 거지새끼를 찾아온 거겠어? “장 은행장님, 저 방금 은행에 360만 원을 저금했는데, 이렇게 은행장께서 직접 나오실 줄 몰랐어요.” 이도혁이 장기현에게 말했다. 이도혁의 말을 들은 장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은행 직원이 다급히 다가와 설명했다. “은행장님, 이 분이 진짜 우리 고객님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장기현은 이도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이진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진기에게로 향한 장기현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공손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 올라가실 가요?” 이진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금고도 하나 열어주세요. 함께 사인을 하죠.” 자신의 손에 있는 옥패가 6개월 후면 72억이 넘는 물거니 된다. 은행 금고에 넣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이진기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었다. 장 은행장과 은행 직원들은 혹여 실수라도 할까 조심스럽게 이진기의 시중을 들었다. 이진기와 은행 직원들이 그렇게 이도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겨진 이도혁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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