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이진기는 그들의 하는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돈이 생겼다. 훗날 돈이 더욱 많아지게 되면 그들의 하는 협박은 무섭지 않았다.
그 후, 하윤정과 그녀의 가족들은 이진기를 찾아와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오늘,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동네에 아주 큰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 감성옥집에서 옥패를 전시해 놓았다.
옥집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이 옥패는 바로 명나라 황제의 소유라고 했다!
그래서 동네 작은 가계의 보물로 팔리게 되었다. 9천만 원에 팔려고 했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
소문이 무성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풋, 황제의 소유물인 옥패가 9천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고?
사장님의 홍보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옥패는 다른 도시에 있는 사장님이 사 갔다. 감성옥집 사장님은 옥패를 구매한 사람을 비웃기도 했다.
6개월 후, 그 옥패는 국내에서 제일 큰 경매시장에서 진품으로 감정되었다!
그 옥패는 경매시장에서 순식간에 72억이라는 고가에 팔렸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그 옥집 사장님은 그날, 화병이나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오늘이 바로 그 옥패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다!
이진기는 이번만큼은 9천만 원이 72억이 되는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을 것이다.
아침 일찍, 그는 택시를 타고 통운 시장 근처에 있는 감성옥집으로 향했다.
그가 옥집에 도착했을 때, 옥집은 이미 많은 손님으로 붐비고 있었다.
“오빠, 너무 고마워요!”
하윤정은 자신의 손에 있는 옥팔찌를 보며 기뻐했다.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550만 원에 달하는 팔찌는 그때 사람들이 함부로 살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윤정이 오빠라고 부르는 중년 남자는, 키가 작고 배가 하마처럼 큰 몸에 정장을 입고 하윤정을 보며 웃고 있었다. 하윤정을 쳐다보는 그의 두 눈이 음흉하게 변했다.
그는 하윤정을 꽤 오랫동안 짝사랑했다!
그가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데 그녀가 먼저 자신에게 다가왔다.
왕종민은 그녀가 하는 말이면 뭐든 들어주었다. 500만 원이 넘는 물건도 그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결제를 했다.
“얼마 안 돼. 네가 기분이 좋으면 되지.”
왕종민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하윤정의 곁에 있는 하윤도와 주란옥을 보며 말했다.
“윤도와 어머니도 하나 골라 보세요.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하윤도와 주란옥은 싱글벙글 웃으며 왕종민을 칭찬했다.
그때, 이진기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이진기를 발견한 하윤도가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하, 이게 누구야? 거지새끼 아니야? 여기 제일 싼 상품도 200만 원이 넘어. 네가 올 곳이 아니라고.”
“경호원으로 면접보는 걸 수도 있어.”
하윤정이 이진기를 비웃으며 말했다.
주란옥도 썩소를 지으며 하윤정의 손목을 들어 보였다.
“쯧쯧, 이 팔찌를 봐. 550만 원이야. 돈 있는 사람은 눈도 한번 깜빡하지 않고 사주네. 누구는 2달 월급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모아야 되겠지?”
왕종민은 이진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는 하윤정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바로 이 사람일 것이다.
얼굴에 기름이 반지르르한 왕종민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제 사람이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지 못해요.”
그의 말을 들은 하윤정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왕종민의 어깨에 기대 말했다.
“오빠, 고마워요. 누구는 돈도 없고 패기도 없고. 진짜 사람이 뭐가 되려고 태어났는지.”
이진기는 하윤정 일당이 하는 말을 무시하며 가게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다시 눈을 뜬 그날, 그는 하윤정과 그녀의 가족들과 인연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종업원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가 말했다.
“골동 옥패를 보고 싶은데요.”
그의 말을 들은 하윤도가 배를 끌어안고 박장대소를 했다.
“하하하.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골동 옥패? 네가 살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왕종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젊은 남자는 자그마한 자극을 받고 머리가 돌아 이성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허세도 있는 사람이 떠는 거야. 옥패를 가져오면 진짜 살 수 있어?”
주란옥은 경멸 어린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구경이나 하러 왔겠지. 시골 사람이 어디 그런 물건을 구경이라도 해봤겠어? 구경하고 시골에 가서 허세를 부리겠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종업원은 이진기를 믿겹지 않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진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지만 왕종민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주 여자들을 가게로 데려와 선물을 사주었다. 왕종민의 말을 들은 종업원은 이 젊은 남자가 돈이 없다고 확신했다.
순간, 종업원은 이진기를 대꾸하기조차 싫어 쌀쌀하게 말했다.
“손님, 그 옥 패는 아주 비싼 상품이에요. 구매하실 능력이 없으면 우리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누가 그래요?”
이진기가 종업원에게 반문했다.
“꺼내라고 하면 꺼내면 돼요. 당신 때문에 사장님이 손해라도 보면 가만히 있을까요?”
종업원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 제가 갖고 오면 꼭 구매하시길 바랄게요!”
종업원은 몸을 돌려 금고를 열었다. 그녀는 금고의 깊숙한 곳에서 조심스럽게 옥패를 꺼내 이진기의 앞에 놓고 말했다.
“이 옥 패는 사장님이 어제저녁에 갖고 오셨어요. 명나라 황제 주디가 장착한 옥패에요. 9천만 원이에요.”
“9천만 원?!”
하윤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왕종민의 눈가마저 파르르 떨렸다.
요즘 같은 시국에 9천만 원은 결코 보통 사람이 내놓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옥패 윤곽의 흐름은 아주 부드러웠지만 빛깔과 겉모양은 하윤정이 손목에 있는 옥팔찌와 비교해 보았을 때는 밖에서 주운 돌보다 못하였다.
왕종민은 고개를 저었다. 하윤정과 같은 여자에게 550만 원의 돈은 팔고 놀 수는 있지만 저런 물건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러나... 자신도 사지 못하는 물건을 저 새끼가?
왕종민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은 물건이네. 아쉽게도 투자 자금을 아직 회수하지 못해 물건을 사지 못하네. 너도 그냥 구경이나 하러 온 거잖아.”
“그러니까!”
하윤정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옥패에서 이진기에게로 향했다.
“구경 다 했으면 그만 꺼져줄래?”
왕종민은 자신의 은행 카드를 종업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결제해 주세요. 충고하는데 다음부터는 거지새끼들을 가게에 들여보내지 마세요.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바로 저와 같은 사람이에요. 저 새끼는 뭐죠?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골동 옥패부터 보겠다니. 진짜 부끄럽네요.”
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VIP 블랙카드가 왕종민의 일반 카드 위에 놓였다. 무광 블랙의 빛깔이 반짝이며 빛났다.
“일시불.”
이진기가 종업원에게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감성옥집의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하하하하!”
하윤도가 이진기를 손가락질하며 박장대소했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어? 아무 카드나 내밀고 9천만 원 일시불? 이 카드에 9천만 원이 있으면 내가 여기서 무릎 꿇고 너를 아버지라고 부를게.”
지금 이 순간, 하윤도의 말을 들은 왕종민은 웃을 수 없었다. VIP 블랙카드를 보는 그의 온몸에는 닭살이 돋았다!
블랙카드는 현금 18억 원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만들 자격이 있다.
18억 원부터!
왕종민은 평생 이렇게 많은 돈을 보지 못했다!
사람의 입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이 카드는 가짜가 아니었다.
왕종민은 눈가에 경련이 일어났고 이진기를 쳐다보았다.
종업원은 이미 이진기의 카드를 손에 쥐고 기계에 넣었다.
이진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POS 기계에서 장문의 영수증을 토해냈다.
가게에 있는 모든 직원과 손님들이 함께 이진기가 옥패를 결산하는 것을 보았다.
진짜... 9천만 원을 결제했어!
종업원은 POS 기계에 나타난 카드 잔액을 확인했다. 천문적인 숫자를 확인한 그녀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돈을 처음 보았다.
태연하게 카드를 지갑에 넣은 이진기는 얼이 빠진 하윤도를 보며 말했다.
“빨리 꿇어. 아버지라고 부르지는 마. 역겨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