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장

“그...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딸 주려고 곰인형도 샀는데... 이렇게 귀여운 곰인형 그 애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 이천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임은설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딸 아무 일 없어, 그렇지? 당신 방금 거짓말한 거야... 그렇지?” “그만해요!” 임은설은 눈을 감았다. 감은 눈가로 눈물이 한줄기 새어 나와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이천후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거짓말 아니에요. 우리 딸 이제 없어요. 미안해요...” “아...” 두 눈이 벌게진 이천후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 주먹을 불끈 쥔 그의 손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급기야 손톱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불쌍한 딸은 이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하고 가버렸다. 애끓는 이천후를 바라보며, 임청원 일가는 만면에 냉소를 지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이천후를 불쌍히 여기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고, 그저 경멸만이 가득했다. “왜!” 이천후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내가 이유를 말해줄게.” 유미육이 다가와 이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은설이는 지금 사업상 최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이럴 때 임신이라니,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자네처럼 아이까지 우리 은설이 꽃길에 걸림돌이 되면 안되잖아.” “그래서, 내가 은설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네.” 유미옥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몇 분 후, 평정을 찾은 이천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시리게 차가워져 있었다. 그는 탁자로 다가가더니, 망설임 없이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했다. 아름다운 그의 사인은 마치 이 추한 상황을 비웃는 것 같았다. 사인을 마친 이천후는 바닥에서 곰인형을 주워들고,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인 듯 품에 안았다. 넋이 나간 듯한 이천후의 모습을 본 임은설은 마음이 아팠다. “당신한테 보상을 좀 하고 싶은데, 이 집에서 원하는 거 아무거나 가져가도 좋아요. 그리고 이거...” 그녀는 수표 한 장을 내놓았다. “원하는 만큼 액수를 쓰세요.” 유미옥이 볼멘소리를 했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 전부 우리가 힘들게 번 돈으로 산 거야. 전부 명품들뿐인데, 이 인간이 뭐 한 거 있다고 가져가?” “3년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우리는 해줄 만큼 해줬다. 한 푼도 더는 안 돼.” “엄마, 그만하세요.” 임은설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명품이고, 돈이고, 난 필요 없어. 나는 옷장에 있는 옷만 가져가겠어.” 이천후는 침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전부 그가 딸을 위해 한 땀 한 땀 지은 옷이다. 이천후는 옷을 정리해 침대 시트로 싸고, 곰인형을 안에 집어넣은 후 어깨에 둘러맸다. “이 펜던트는 내 거니까, 내가 가져가지.” 이천후는 임은설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보며 말했다. 임은설은 뱀과 참새가 새겨진 펜던트를 끌러 즉시 이천후에게 돌려주었다. 이천후는 용진 그룹과의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내가 당신 주려고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젠 아무 의미가 없게 됐군.” 이천후는 계약서를 바닥에 버린 후, 넋이 빠진 표정으로 문을 향해 걸었다. “저 인간 뒷모습, 무슨 전쟁 나서 피난 가는 사람 같아. 안 그래, 엄마?” 임수명이 비웃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래 보인다. 빨리 가, 폭탄 떨어지기 전에.” 유미옥이 옆에서 거들며 웃었다. 문 앞에 도착한 이천후가 갑자기 돌아서더니, 임씨 일가를 한 사람씩 훑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임은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그는 또박또박 한마디씩 뱉었다. “오늘 일 꼭 기억해! 당신들 후회하게 될 테니까.” “나 이천후는 반드시 내 불쌍한 딸을 위해 복수한다!” 임은설은 이천후 눈 속의 서늘한 기운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흥, 거렁뱅이 주제에. 우리가 후회할 거라고? 하하하, 웃기고 자빠졌네. 후회?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다.” 유미옥이 요란하게 웃어젖혔다. 임수명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들었다. “용진 그룹.” 용진 그룹? 용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임은설과 왕하중은 깜짝 놀랐다. 용진 그룹은 강남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큰 그룹으로 최근 운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총 투자액이 수십조에 달한다. 운해의 큰 기업들은 모두 어떻게든 용진 그룹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 임은설이 이혼을 결심한 주된 목적도 용진 그룹과 손을 잡기 위해서다. “가짜야.” 천해 그룹 큰 아들 왕하중이 대충 서류를 훑어보더니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은설씨, 당신 멍충이 남편 재밌네. 계약서도 위조할 줄 알고.” 임은설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게 이천후가 준비한 선물이라고? 위조한 계약서로 나를 기쁘게 하려 했다? 그에게 이혼을 강요한 일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임은설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설씨, 이제 이혼했으니, 당신이 강남회의 회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왕하중이 금테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온몸에서 부잣집 아들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강남회! 임씨 일가의 눈 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강남회는 여성들의 친목모임으로 회장은 명성이 자자한 한씨 가문의 큰 딸 한아연이다. 용진 그룹은 한씨 가문의 기업으로 수십조에 달하는 용진의 운해 프로젝트는 한아연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 강남회의 회원들은 모두 돈 많은 명문가 사람들이었고, 강남회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그들 신분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강남회의 회원이 되려면 반드시 싱글 여성이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임은설이 이천후와 이혼해야 했던 이유다. “왕 사장님, 잘 부탁드려요. 천해 그룹의 큰 아드님이시니, 인맥도 넓으실 테고, 덕분에 우리 은설이 사업이 나날이 발전하겠네요.” 임청원부부의 얼굴에 비굴한 웃음이 흘렀다. “헤헤, 누나는 어쩌다 그런 멍충이랑 결혼을 했나 몰라. 우리 왕 사장님하고 결혼을 했더라면 이미 운해 제일의 부자가 되었을 텐데.” 임수명도 아첨하는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과찬이십니다.” 왕하중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얼굴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띠고 있었다. 무심히 거실을 둘러보던 왕하중의 시선이 문득 구석에 걸린 글씨에 머물렀다. 그는 글씨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정말 멋진 글씨네요.” “이거 뭐라고 쓴 거더라? 엄마, 이거 좀 버려요. 거실에 안 어울려.” 임수명이 말했다. “춘지언운이라고 쓴 거예요.” 왕하중은 볼수록 글씨가 아름답게 느껴져, 낙관을 살펴보았다. 낙관을 보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거 적진 선생의 글씨예요.” “적진 선생이 누군데요?” 임청원이 물었다. “적진 선생은 우리 운해에 은거하고 계신 서예 대가인데...”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임씨 일가를 바라보다가 왕하중이 간단하게 소개했다. “적진 선생의 글씨는 요즘 하나에 2000만 원 정도 해요.” “뭐라고?” 유미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를 마시던 임청원도 그대로 몸이 굳은 듯 동작을 멈췄다. 임은설 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왕 사장님, 농담하시는 거죠?” “농담 아니에요! 저희 아버님, 운해 서예 협회의 부회장이세요. 저도 서예 협회 회원이고요. 적진 선생의 글씨, 하나에 2000만 원이라는 것도 말만 그렇고, 사실은 없어서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며칠 전에 성경에서 온 부호가 4억에 적진 선생의 글씨를 샀는데, 단 두 글자였죠. 한 글자에 2억이라는 말이잖아요.” 왕하중이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은설씨 집에 어떻게 적진 선생의 글씨가 있는 거죠?”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임은설이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이천후 그 사람이 쓴 거예요.”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