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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나... 처음이에요. 살살...” 아래에 누운 여자는 수줍게 얼굴을 붉힌 채, 잘 들리지도 않는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귀여운 곰인형을 안은 이천후는 3개월 전의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바로 그날 밤 아내 임은설은 그의 아이를 가진 것이다. 딸이었다. 이천후는 자신의 이전 신분을 완전히 잊고, 틈만 나면 헤벌쭉 웃으며, 머릿속으로 딸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그는 원래 무예 지존의 용주였으나, 최후의 결전에서 사랑하는 이의 비참한 죽음을 맞보았다. 그의 몸은 중상을 입었고, 내공도 모두 잃었다. 낙심한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용인을 스스로 봉한 후, 멀리 운해로 왔다. 여기서 그는 지금의 아내 임은설을 만났고, 이제 딸까지 생겼다... 기분 좋은 얼굴로 집안으로 들어선 이천후는 순간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장인 장모에 처남까지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천후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몰래 뒤에서 도운 덕분에 아내의 사업은 나날이 발전하였고, 그녀는 이미 천억 대의 자산을 보유한 부호가 되었다. 오늘은 그들의 결혼기념일이다. 이천후는 아내를 위한 선물로 용진 그룹의 파트너십 계약서를 준비했다. 그런데, 처갓집 사람들의 표정은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지금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이천후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조심스러워 주방으로 몸을 피할 생각이었다. “자네, 이리 좀 오게. 내 할 이야기가 있어.” 장인 임청원이 입을 열었다. 원래 가난뱅이였던 임청원은 온몸을 명품으로 두른 채 재벌 회장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아버님,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이천후는 재빨리 장인을 향해 다가갔다. “이것 좀 보게.” 임청원이 이천후 쪽으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고개를 숙인 이천후의 눈에 ‘이혼 합의서’ 다섯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아버님, 무슨 뜻입니까?” 이천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임청원은 담배를 한 모금 빤 다음 말했다. “글자 그대로야. 지금 은설이는 예전과 달라. 이미 자산 천억 대의 부자가 되었어. 우리 임씨 가문도 쟁쟁한 명문가가 되었고. 그런데, 자네는...” “자네 글씨 잘 쓰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나? 우리 임씨 가문에 자네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아. 자네 때문에 은설이가 밖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 더 이상 이 결혼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결론이네.” 이천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 집안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그 결과가 이혼 합의서라니...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임은설이 가진 모든 것, 임씨 가문이 가진 모든 것이 나 이천후가 준 것이란 말이다. 이천후는 보통 사람이 아닌지라, 금방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이건 아버님 뜻입니까, 그 사람 뜻입니까?” “누구 뜻인 게 무슨 상관이야?” 임청원이 담뱃재를 털며 엄한 눈으로 이천후를 쏘아보았다. “너는 그냥 소란 피우지 말고 이혼 합의서에 눈치껏 사인만 하면 돼. 그래도 3년을 같이 살았는데, 좋은 얼굴로 끝내세.” “그냥 아버님 뜻이라면, 저는 사인 안 합니다.” 이천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와 임은설의 행복을 다른 사람이 무슨 권리로 빼앗아간단 말인가? 탁! 여태 어두운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던 장모가 참지 못하고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장모는 이천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나름 자네가 우리 가족한테 한 게 있다고, 좋은 얼굴로 끝내자고 생각했는데, 자네가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네.” “좋아, 내가 왜 이혼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유미옥이 몸을 일으키더니, 손가락을 이천후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너는 우리 은설이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지금 은설이가 어떤 사람들하고 교류하고 있는지 알아? 다들 사업계 거물 아니면 대부호야, 그중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웬만한 회사 사장이라고.” “이 한심한 놈아, 그런 사람들 눈에 너는 그냥 한 마리 벌레야. 우리 임씨 가문도 이제 명문 소리를 듣고 있는데, 너 같은 녀석을 여기 그냥 둘 순 없잖아. 빨리 짐 싸서 나가!” 이천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눈동자에 슬픈 기색이 완연했다. 그때, 처남 임수명이 벌떡 일어섰다. “당신 삼 년 동안 우리 누나 옆에서 먹고 자고 놀고, 우리 누나가 기르는 개였잖아. 설마 우리 집 사위였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빨리 사인하고 나가!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장담 못 해.” “다시 물을게. 그게 임은설 생각이야?” 이천후가 말했다. “멍충아!” 유미옥이 버럭 화를 내며 이천후를 밀쳤다. “사람이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지, 너 귀머거리야?” “엄마, 비켜봐. 내가 확실하게 손봐줄게. 오늘 사인 안 하면, 당신 다리가 내 손에 부러지게 될 거야.” 임수명은 말하면서 옆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집어 들더니, 이천후를 향해 돌진했다. 그가 묵직한 알루미늄 방망이를 높이 쳐들어 이천후의 머리를 막 내려치려 할 때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해!”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피부의 절세미인이 걸어 나왔다. 임은설이었다. 그녀 옆에는 세련된 양복 차림의 잘생긴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천해 그룹의 큰아들 왕하중이었는데, 임은설과 친밀한 모습으로 막 침실에서 나오는 참이다. 이천후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은설을 바라보았다. 죄책감이 담긴 표정으로 그의 눈길을 살짝 피하는 임은설을 보며 이천후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러나, 이천후는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은설아... 진짜야?” 창백해진 이천후의 표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임은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 이혼해요.” “그러니까, 장인 장모님이 방금 한 말이 네 뜻이라는 말이지? 내가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 이천후는 만면에 쓴웃음을 지었다. 임은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하고 나,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에요. 어울리지 않아요...” 이천후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칼에 베이는 것 같았다. 한참만에 한쪽 구석에 두었던 곰인형을 향해 걸어가 들어 올리며 이천후가 말했다. “좋아, 이혼하자. 우리 딸 태어난 다음에, 사인해 줄게.” 이것이 자신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하며 이천후가 말했다. 임은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다음, 무정한 도살자처럼 이천후의 심장을 단칼에 조각내는 말을 뱉었다. “우리 딸... 이제 없어요.” “뭐???” 이천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끈 솟았다. 그대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 지웠어요.” 임은설이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쿵!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이천후는 제자리에 서서 감전된 것처럼 몸을 떨었다. 안고 있던 곰인형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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