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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장

“이런 망할! 우리 할아버지께서 평생 후회했던 게 성녀를 아내로 삼지 못한 거였어! 천정성으로 쳐들어가서 성녀들을 잡아다 내 아내로 만들어 할아버지의 소원을 대신 이뤄 드릴 거야! 성녀들은 전부 내 거라고!” 조금 전에 들었던 탁재환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여전히 짙은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천후는 황금빛 불상을 떠올리며 정신을 가다듬어 그 사악한 염원을 억눌렀다.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눈을 굴렸다. ‘탁재환, 이 녀석 정말 대단한 놈이군. 이런 천박한 짓을 대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나 그의 염원은 놀랍도록 강력했다. ‘탁재환이 이렇게 강한 염원을 가질 수 있다니, 혹시 이 녀석이 불문의 성물을 지니고 있어서 염원이 이렇게 거대한 건가?’ 이천후는 명상법에 대해 통달한 바가 있었기에 불문과 관련된 지식을 꽤나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향을 피워 신께 기도하지만 그것이 최선의 방식은 아니었다. 가장 효과적인 건 불문의 성물이었다. 성물은 광대한 불념을 품고 있어 사람들의 염원을 불념으로 보강해 더욱 강렬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예컨대 불상, 염주, 불경, 사리탑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대사찰들은 불상을 주조하거나 가사를 두르고 염주를 착용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기도와 의식이 더욱 명확하고 강렬해져 불주에게 닿기를 바라는 데 있었다. ‘탁재환의 염원이 이렇게 강력한 걸 보면 분명 불문의 성물을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 안에는 상상도 못할 불념이 깃들어 있을 거야.’ 이천후는 속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불문 성물은 그 자체로 굉장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이때 탁재환의 또 다른 염원이 밀려들어 왔다. “도박석 대회까지 이틀 남았군. 지금부터 준비해서 산적 두목들과 함께 중간에 매복해야겠네. 성녀들아, 기다려. 내가 간다!” 이천후는 혀를 찼다. ‘이 자식은 정말 사람이 아니야. 산적이나 도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설마 이 녀석이 5대 산채 중 하나인가?’ 5대 산채는 대고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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