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1장

남궁연희는 무척 초라했다.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이천후는 분노로 가득 차 금빛 새끼 사자를 타고 앞으로 돌진하며 천지를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멈춰!” 그 한 마디가 하늘을 뒤흔들며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을 압도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천후에게 쏠렸다. 금빛 새끼 사자를 타고 있는 청년을 본 순간 모두가 경악하여 얼굴빛이 변했다. 특히 남궁연희는 새끼 사자 위의 청년 얼굴을 똑똑히 확인한 뒤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바로 이훈이었다. 남궁연희는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어떻게 자신이 그렇게 애타게 찾던 이훈이 여기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산 정상에서 유물종과 싸우던 절세 고수가 장시양의 형 장도하 아니었나? 설마 이훈 씨가 장도하인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만약 이훈 씨가 장도하라면 현문의 고위층이 그를 제자로 받을 리가 없잖아.’ 남궁연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밀려들었고 그녀는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다. “이 바보야, 저기로 돌진해. 저 사람은 내 친구야!” 이천후가 타고 있던 금빛 새끼 사자를 툭툭 치며 말했다. “무슨 미인을 구하려는 영웅 행세야?” 금빛 새끼 사자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금빛 광채를 발하며 신성한 분위기를 풍겼다. 슉. 새끼 사자가 뛰어올라 하늘을 나는 것처럼 당당하게 돌진했다. 그러나 멋진 장면은 오래가지 못했다. 착지하는 순간에 발을 헛디뎌 이천후를 그대로 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 이천후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공중에서 몇 번 회전하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역시 너 그럴 줄 알았어.” 이천후는 주먹을 쥐고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울렸다. 금빛 새끼 사자는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도망치며 독설을 날렸다. “이 녀석, 기다려. 사흘 후에 내가 강해져서 돌아와 네 엄마도 못 알아보게 해줄 테니까!” 그러나 이천후는 곧 새끼 사자만 들리게 속삭였다. “이 바보야, 사실 난 만독종의 종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