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윤재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너무하시네요. 세계 일류의 케이프 재단도 못 들어보신 겁니까? 어린 아이한테 물어봐도 다 알텐데 이것도 모르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 "보현이는 그저 무능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 얘기해도 아무 소용 없으니 그냥 무시하세요." 장모님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보현을 흘끗 노려보았다. 장인어른 류건화도 잇따라 한 마디 했다: "매일 먹고 자는 것 외에 대체 할줄 아는 게 뭐냐? 넌 정말 류씨 집안 가장 큰 망신이야." 이보현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만약 자신의 진짜 신분에 대해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 궁금했다. 애초에 자신의 정체를 숨겼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 하인 몇 명이 끊임없이 식탁에 음식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류건화가 말했다: "윤 대표님, 같이 식사하시죠." "그러죠." 윤재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류이서는 다정하게 윤재호에게 팔짱을 꼈다, 네 사람은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이보현은 시간을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10시밖에 안됐는데 점심 먹기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네까짓게 뭘 알아, 윤 대표가 어떤 손님인데 당연히 최선을 다해 잘 모셔야지." 류건화는 꾸짖으며 말했다. 왕지숙도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오늘 밥상은 네가 앉을 자리 없으니까 배고프면 혼자 주방에 가서 아무거나 주어먹어." 류이서 역시 이보현의 체면따윈 신경쓰지 않은 채 윤재호옆에 꼭 붙어앉았다, 조금만 더 붙었다간 서로 껴안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 이보현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일부로 자신에게 망신과 굴욕감을 줘 참지 못해 이혼하고 떠나게 하려는 작정이였다. 원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이혼해 주려고 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은 바뀌었다. 다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 "지금 무슨 뜻인지 잘 알겠구요,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전에 드렸던 100억 돌려주시면 깨끗하게 이혼하고 떠나겠습니다, 어때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왕지숙은 듣자마자 화를 내며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집에서 먹고 잔 건 생각 안하니? 그리고 너 때문에 내 딸이 재혼녀 신분으로 됐는데 아무런 배상 안 하겠다고? 우리가 돈 얘기 안 꺼낸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어디서 감히 우리한테 돈을 요구하고 있어?" 류건화도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은 이미 너한테 최선을 다했으니 선 넘지 않길 바란다." "이보현 씨, 당신 정말 너무하시네요. 저랑 윤 대표님이야말로 천생연분이에요. 제가 뭘 어떻게 더 해야 조용히 물러나 주시겠어요?" 류이서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이보현은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역시 이 세상에 직시할 수 없는 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태양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마음이였다. 류씨 집안에게 완전히 실망한 그는 생각을 바꿨다. 그는 서둘러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비지니스 사업을 이루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알고난 뒤 류씨 집안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그리고 윤 대표라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다. "그럼 천천히 드세요, 전 방에 들어가 좀 쉴게요." 이보현은 말을 마친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류이서가 말했다: "윤 대표님, 신경쓰지 마세요. 우리 마저 식사해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음식을 한 점 집어다 윤 대표에게 먹여주었다. 이보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차갑게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었고 건너편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드디어 저희가 생각나신 겁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정보원이였던 진수연이였다, 천재 해커이자 최고의 저격수였던 그녀는 해외 케이프 재단의 중요한 일원이였다. "진수연, 케이프 재단 지금 성남시까지 진출한 거야?" 이보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이 결정한 겁니다. 회장님께서 저희에게 보안 시스템만 신경쓰고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아주 좋아. 성남시 본사 주소 좀 보내줘, 그리고 담당자한테 내가 당장 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지금 당장 관련 정보 휴대폰으로 보내드리고 성남시 본사 책임자에게 알리겠습니다." 이보현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보현이 거실을 지날 때 류이서가 물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나가서 볼일 좀 보려고." 이보현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류이서는 비웃듯 말했다: "당신한테 볼일도 있나요? 웃기네요, 정말. 어서 짐이나 챙겨 떠나세요." 이보현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토록 자신을 모욕하는 윤재호와 류씨 집안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니 잠시 내버려 두는 것도 상관없었다. 이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별장을 나섰다. ...... 케이프 재단, 진성 성남시 본사. 건물 맨 위층 사무실에 성남시 본사 대표 김소월이 초조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해외 본사로부터 케이프의 진정한 회장이 지금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이렇게 방대한 재단의 진정한 회장이 성남시에 살고있다는 것을 오늘이 되어서야 알게되었다, 게다가 지금 당장 본인을 찾아올 것이라니. 해외 명문대 금융학 박사 출신인 그녀는 여태껏 많은 일을 겪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직접 만날 생각을 하니 여전히 초조하고 떨리는 심장을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보현은 월드 클래스 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해외 본사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는 바로 프론트 데스크에 알렸고 몇 번이나 거울을 보며 용모와 옷깃을 정리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때 회사에 도착한 이보현은 프론트 데스크에 대표 사무실을 확인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소월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사무실 앞에 앉아있던 비서는 즉시 일어나 찾아온 손님이 이보현임을 확인하고 서둘러 사무실 안으로 모셨다. 김소월은 들어오는 이보현을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어려보였기 때문이다, 20대 나이에 이목구비가 무척 뚜렷했고 외모는 아주 훤칠한 편이였다. 이 사람이 절대 이보현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방대한 재산을 소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누구...시죠?" 김소월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보현이라고해." 말을 마친 후 이보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았다. 김소월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보현에게 차를 올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이보현은 김소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나이는 30살 정도 되보이는 지성미가 가득한 미인이였다, 똑부러지게 일을 잘할 것 같았고 그녀가 입은 정장은 성숙한 매력을 물씬 내뿜었다. 이보현의 시선에 김소월의 심장은 두근두근거렸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 이보현은 곧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 "태성그룹에 투자할 거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김소월은 빠른 속도로 회상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아주 좋아, 일주일 안에 태성그룹 매수하고 케이프 재단이 완전히 통제하도록 하면 좋겠는데, 할 수 있겠나?" 김소월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태성그룹의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매수하거나 통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처음으로 맡긴 일인데 회장님께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부탁마저 실망시킨다면 어떻게 엘리트로서 케이프 재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보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좋아, 일단은 이 일부터 잘 처리하고 나중에 더 중요한 일 있을 거야, 열심히 해. 배웅할 필요 없어, 내 신분 꼭 비밀 유지하고." 말을 마친 후 이보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소월은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의 말대로 배웅하지 않았다. 이보현이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 어떤 남자가 들이닥치며 이보현과 부딪혔다, 그 남자는 고개를 들어 이보현을 향해 소리쳤다: "어떤 자식이 앞도 안 보고 다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