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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미리 연락해 주세요

소은정은 바로 탁자를 지나쳐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파일을 책상 위에 던져주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무시를 당한 박대한은 더 분노했다. “소은정, 내가 널 과소평가한 것 같더구나. 먼저 이혼을 제안했다는 말에 놀라긴 했다만. 다른 남자를 이미 찾아뒀던 거야? 이혼하고 바로 SC그룹의 본부장이 되다니. 소은호 대표가 널 많이 아끼는 모양이야.” 컴퓨터로 메일을 확인하던 소은정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당한 게 있었던 박예리는 겁먹은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박대한은 아니었다. “제가 이혼을 결심한 건 박씨 집안사람들에게 질려서예요. 회장님께서도 매주 절 본가로 부르셔서 트집을 잡으셨죠. 저처럼 비천한 출신이 고고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말씀해 주시면서요. 어쨌든 회장님 소원대로 이혼해 드렸으니 기뻐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직접 찾아오셨어요?” 이혼 전, 박대한은 매주 그녀를 본가로 불러들였다. 가족끼리 자주 만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은 이민혜와 박예리가 그녀를 마음껏 괴롭히도록 기회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박씨 집안과 그녀는 근본부터가 다른 존재임을 각인시켜주기 위해서였겠지. 박대한의 암묵적인 허락 덕분에 이민혜와 박예리는 더 거리낌 없이 그녀를 괴롭힐 수 있었고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조차 그녀에게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눈에 가시였던 손자며느리가 알아서 물러났으면 샴페인이라도 터트려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왜 옛날 얘기를 꺼내는 거냐? 내가 사과라도 하길 바라는 거냐? 어른한테 지금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 소은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박대한이 바로 호통쳤다. 그와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던 여자가 감히 말대답을 해? 건방진 것. 이에 소은정은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 “회장님, 여긴 회사입니다. 경력보다 더 중요한 건 직급이죠. 태한그룹의 회장님께서 오셨으니 저도 물론 예의를 갖출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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