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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텃세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1분 남짓 회의실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편, 순식간에 주도권을 다시 가져간 소은정의 모습에 장한명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게...” 하지만 소은정은 그에게 눈빛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말을 가로챘다. “다들 메일로 소식을 들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회사의 업무의 결정권을 전부 저에게 일임하셨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절 따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사직서 제출하세요. 대표님께는 제가 알아서 보고드리겠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들 입사한 뒤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들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지금 그만둔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 아닌가? 낙하산으로 갑자기 본부장이 된 소은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은호 대표의 태도와 강력한 서포트만 봐도 그가 얼마나 소은정을 아끼는지 알고 있었다. 괜히 장한명의 말에 넘어가 소은정에게 텃세를 부렸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차갑게 식은 회의실 분위기, 그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장한명은 소은정과의 기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상태, 지금에 와서 그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기획부 심 부장, 오늘 안으로 기획안 작성할 수 있겠어요?” 갑작스레 이름을 불린 심동석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 네, 네. 가능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회사를 위해 최고의 기획안을 작성하겠습니다.” 다들 십 년 이상 직장을 다닌 베테랑들, 그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부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소은정이 한 발 물러서 기회를 줄 때 잡아야 했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정은 조금 가벼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부서들은요?” “저희도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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