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만취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차 안, 소은정이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버전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졌다. 시냇물 흐르듯 시원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평소 소은정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소은정은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은정아, 성강희 말이야... 혹시 너 좋아한대?”
소은호가 동생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진작 짐작하고 있었지만 방금 전 그가 보여준 행동 때문에 소은호의 짐작은 어느새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빠의 목소리에 소은정은 그제야 사색에서 벗어났다.
“아니야. 그냥 장난치는 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소은호가 그럼 안심이라는 듯 피식 웃었다.
“왜? 오빠는 강희가 마음에 안 들어?”
성강희의 가문과는 아버지들 끼리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을 텐데. 소은정은 오빠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성강희 그 자식,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만 몇 명인 줄 알아? 사생활이 너무 난잡해. 그렇지만... 만약 은정이 네가 좋다면...”
소은호가 말끝을 흐렸다.
“오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랑 강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우린 정말 친구야. 그리고 나 남자한테 관심 없어. 지금은 그냥 일에 집중할래.”
소은정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소은호가 활짝 웃었다.
“그래. 어차피 이 자식이고 저 자식이고 만나면 다 똑같아. 시간 낭비, 감정 낭비일 뿐이지.”
소은호는 어떻게든 소은정을 어엿한 대표, 아니 세계 최고의 사업가로 성장시키리라 다짐했다.
“사운드” 클럽.
박수혁과 근처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하지만 친구들이 전부 도착하기도 전에, 룸 테이블 위에는 빈 술병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자 강서진은 아예 포기하고 함께 술잔을 부딪혔다. 잠시 후, 부랴부랴 룸으로 들어온 이태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년 전, 성준상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나서 한동안 술에 빠져 살던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인사불성으로 취한 모습은 정말 너무 오랜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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