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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배웅

“박수혁, 3년 동안 수혈을 대가로 나한테 줬던 돈이야. 돌려줄게. 이제 우리 서로 깔끔하게 정리된 거야. 그러니까 다시 들러붙지 마.” 소은정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 상황을 살펴보던 박수혁의 가슴속에 또다시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소은정의 이 화끈한 퍼포먼스 덕분에 돈 때문에 박수혁과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서민영의 말도 완벽한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서민영은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덜덜 떨리는 이 몸이 분노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소은정,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걸림돌인 여자가 오늘 또다시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수혁아, 은정 씨가 아직 나한테 화가 많이 났나 봐. 그냥 가자.” 하지만 겨우 만난 소은정을 이렇게 보낼 수 없었던 박수혁이 말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말을 마친 박수혁은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소은정은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여색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소은호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이힐 때문에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박수혁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두 사람은 불청객 박수혁의 존재를 발견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소은호는 일어서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박 대표님, 파트너분한테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설마 직접 복수라도 하려고 오신 건가요?” 박수혁은 소은정의 어깨를 감싼 소은호의 손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 차갑게 말했다. “은정아,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불만 있으면 나한테 풀어. 그리고 지금은 민영이한테 사과하고.” 그의 말에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박수혁과 눈빛을 마주했다. “싫다면? 왜? 내가 했던 것처럼 나도 수영장에 빠트리게?” 과거의 일은 다 털어놓았다는 듯 가볍게 웃는 그녀의 표정이, 이렇게 빨리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박수혁의 신경을 건드렸다. “어쨌든 3년 동안 부부로 살았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당신이 나에 대해 잘 몰랐나 보지. 난 천성이 이렇게 악한 사람이야.” 소은정의 단호하고도 당당한 태도에 박수혁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혼한 사이, 그는 그녀의 행동을 질타할 자격조차 없었다. “마음대로 해.” 박수혁은 결국 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자리를 떠버렸다. 사실 그녀와 다시 만나 서민영과의 관계에 대해 해명하려고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어져 가는 박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의 여유로운 미소가 차갑게 굳었다. 소은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아직도 저 남자가 좋아?” “그릴 리가.” 소은정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지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 한편, 박수혁의 차. 박수혁의 겉옷을 입고 있던 서민영은 박수혁이 차에 타자마자 방금 전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해명하려 했다. 그때 그 순간, 운전기사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민영 아가씨 아니에요?” 기사는 천천히 차를 세우더니 힐튼 호텔 건물 외벽에 걸린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1분에 10억은 지불해야 하는 광고판, 지금 이 순간 그 전광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건 호텔 수영장에서 서민영과 소은정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었다. 비록 두 사람의 얼굴에 모두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오늘 파티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영상 속 주인공이 누군지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했다. 박수혁은 조용히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화면이었지만 서민영이 스스로 수영장에 빠지는 것만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차 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수혁은 아무 말도 없이 전광판만 노려보고 있었다. 단 몇 분 전, 그는 소은정에게 사과를 요구했었다. 이 영상은 아마 그에 대한 복수겠지. 하, 재밌네. 한편, 영상을 확인한 서민영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고 이번에야말로 박수혁에게 버림받을 것이란 생각에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누군가 CCTV 영상을 번화가 광고판에 상영하다니. “펑!” 박수혁은 아무 말도 없이 차 문을 박차고 나갔다. 차가운 얼굴로 한참 동안 화를 억누르던 박수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 F국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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