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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상환

순간,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세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전, 박수혁이 불미스러운 일로 이혼을 당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으나 태한 그룹의 권세에 눌려 대놓고 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지 마다할 리가 없었다. 설마 소은정도 숨기고 있는 일이 있었던 건가? 오늘에야말로 이 이혼의 진실을 알게 되는 건가? 한편, 서민영의 폭탄 발언에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령 소은정이 서민영을 민 것이라고 해도 서민영의 말은 도를 넘은 것, 그가 다가가서 말리려는 순간, 소은정이 잔뜩 굳은 얼굴로 돌아섰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은정은 서민영의 팔을 끌고 다시 수영장 쪽으로 걸어갔다. 서민영은 그런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 쳤지만 분노에 찬 소은정을 힘으로 당해낼 수가 없었다. 수영장 변두리까지 걸어간 소은정은 거세게 서민영의 뺨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서민영은 비명을 질렸다. 하지만 서민영이 반격을 하기도 전에 소은정은 꽉 잡고 있던 손목에 힘을 풀었고 한참을 버둥거리던 서민영은 결국 다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물에 빠진 서민영은 비참한 모습으로 물속에서 퍼덕거렸다. 하지만 소은정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욕을 먹느니 차라리 하고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제 더 이상 연기는 필요 없어.” 소은정의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의 의심은 또다시 서민영에게로 쏟아졌다. 박수혁은 완전히 달라진 소은정의 모습에 잔뜩 충격을 먹었는지 서민영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누구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자 서민영은 극도의 수치심에 휩싸였다. 애초에 수심이 별로 깊지도 않은 수영장, 그녀는 이를 악물고 스스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민영이 수영장 벽 타일을 잡는 순간, 수상한 액체가 그녀의 머리 위로 흘러내렸다. 82년산 라피트 와인의 고급스러운 향이 그녀의 코를 찔렀다. 와인을 뒤집어쓴 서민영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들었다. 우스꽝스러운 서민영의 표정을 본 소은정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제야 가슴속의 울분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건 보너스. 아, 그리고 민영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어.” 이렇게 된 이상, 서민영을 불쌍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새 경멸로 바뀌고 말았다. 담담한 표정, 그리고 단호한 행동, 누가 봐도 소은정은 복수를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연약한 척, 착한 척 애원하던 서민영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순간, 모든 사람들은 서민영이야말로 진짜 악녀임을 확신했다. “수혁아...” 이제 서민영이 믿을 곳은 박수혁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소은정을 향한 증오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박수혁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간 것도 짜증 나는데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까지 당하지 않았는가? 소은정만 아니었으면 그녀가 바로 오늘 파티의 가장 빛나는 여주인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소은정을 과소평가한 것일까? 무슨 수를 써도 소은정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그녀는 그냥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나온 서민영을 케어하는 건 호텔의 직원들 뿐, 박수혁은 손 조차 내밀지 않았다. “아까도 일부러 빠진 거야?” 박수혁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내가 왜 은정 씨한테 그런 누명을 씌우겠어. 너도 봤잖아. 저 여자는 미쳤어! 우리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수혁아, 준상이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믿어줘.” 서민영이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 그녀가 또다시 성준상의 이름을 언급했지만 박수혁의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박수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말이 통했다고 생각한 서민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좀 봐!” 순간, 모두의 시선이 2층 테라스에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소은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악어가죽 짐가방을 난간 위에 올려놓더니 여유롭게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의 여유로운 행동 하나하나에서 풍기는 관능적인 느낌에 모두들 눈을 떼지 못했다. 소은정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서민영이 불안에 떨던 그때, 소은정은 담담한 얼굴로 짐가방에서 현금 한 뭉치를 꺼내 밖으로 던져버렸다. 현찰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원들은 물론 다른 투숙객들도 떨어진 돈을 줍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소은정은 아예 짐가방을 탈탈 털어 안에 있는 모든 돈을 쏟아냈다. 수혈을 대가로 박수혁이 줬었던 돈 25억, 그 돈을 받았을 때 느꼈던 모욕감을 이렇게라도 갚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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