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식사를 마친 후 정가현은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교통사고는 단지 정가현의 추측일 뿐 실질적인 증거도 없기에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모지영이 또 그녀를 건드린다면, 그땐 얘기가 달라진다.
오후쯤, 탁성화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저녁에 시간 있어?”
정가현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물어보면 내 대답은 없다야.”
탁성화는 입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렸다.
“오늘 두성그룹 파티 있단 말이야. 나 연속 일주일 넘게 일했어. 그러니까 하루는 봐줄 거지?”
“그래.”
정가현이 흔쾌히 승낙하자 탁성화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그러면, 저녁에 내 파트너가 돼 줄래?”
정가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응.”
간단한 한 글자를 끝으로 정가현은 통화를 끝냈고 전화기 저편의 탁성화는 그녀를 냉혹하고 무자비한 여왕님이라며 중얼거렸다.
정가현은 워낙 갈 생각이 없었는데 탁성화가 함께 가자고 하니 궁금증이 생겨 결국 가기로 했다.
반 시간 뒤, 서미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그녀에게 정교한 선물 박스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부장님한테 온 선물이에요.”
“그래, 나가 봐.”
서미미가 나간 후에야 정가현은 박스를 뜯었다.
그 속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브닝드레스가 담겨 있었다.
탁성화 이 자식, 아주 적극적인데? 언제 드레스까지 다 준비했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드레스를 도로 박스에 넣고 일에 몰두했다.
최근 시간이 되면 대부분 사원은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했다. 정가현은 야근을 좋아하는 사원들에게도 일찍 퇴근할 것을 권한 뒤에야 엘리베이터에 탔다.
입구로 내려가니 탁성화가 새로 뽑은 실버 마이바흐를 타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가현이 나오자 탁성화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 돌린 시선은 도무지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반짝반짝 빛났는데 마치 이 세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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