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8장

긴 다리를 차문 밖으로 쭉 뻗은 남자는 보통 사람들에게선 볼수 없는 고상하고도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며 은색의 가면으로 인해 더욱더 신비로움을 불러 일으켰다. “서찬 선생님?!” “진짜 선생님이셔! 여길 직접 오시다니, 역시 유 대표님 엄청 아끼시는구나!” “세상에, 부러워 미칠듯 같아!” 여러 그룹 대표들이 데리고 온 여자 파트너들이 가면을 뚫어버릴 기세로 신서찬을 빤히 쳐다봤다. 방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려던 대표들은 미처 건물을 나가지도 못한 채 신서찬을 맞닥뜨리고는 두려움에 어쩔 바를 몰라 했다. 다들 헛소리로 선동질을 한 송연이를 노려봤지만 충격을 받긴 송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십 쌍의 눈들을 뒤로 한 채 신서찬은 줄곧 유가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서서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유가현은 놀라우면서도 약간은 화가 났다. 분명 잠자코 집에만 있으라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하여튼 말은 기똥차게 안 들어요 아주! 신서찬이 훌쩍 유가현에게로 다가오자 수군거리던 소리들도 덩달아 잠잠해졌다. 모두가 숨 죽인 가운데 신서찬이 제법 매너있게 유가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늦었지?” 유가현이 작은 입술을 쭉 내밀며 뾰루퉁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집 가면 손 좀 봐주려고 했는데!” 신서찬의 눈가에 웃음이 고였다. “이틀 내내 손 봐줄거야? 자기 하자는 대로 할게.” 여자 파트너 하나가 그만 꺄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다들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두 사람의 후끈한 대화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저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뜻인 건가? 이런 얘기를 이렇게 막 들어도 되나? 유가현 역시 신서찬이 이런 곳에서 간 크게 저런 소리를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두고 보자는 식으로 이를 갈면서도 유가현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침 시간을 딱 맞춰 온 신서찬으로 인해 곧바로 커팅식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나란히 빨간 띠를 들어 가위로 띠를 잘랐다.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두 번이나 망신을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