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2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변서준이 다급히 유시일을 깨웠다. “정가현은?” 유시일이 하품을 하며 일어나 말했다. “아가씨는 바에 계시죠. 일 끝나시면 저택으로 가실겁니다.” 변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안 왔나?” “안 오셨죠. 저랑 시언이만 보내셨어요.” 그 말에 변서준의 눈가가 점점 어두워지며 심장이 욱신거렸다. 염산이 등에 닿았을 때보다도 더한 고통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유시일이 위로를 건넸다.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밤이 깊어 피곤하실테니 내일 아침 일찍 오실겁니다.” 창백한 입술을 앙 다문 변서준이 몸을 돌려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 오지 않은 사람이 내일이라고 올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변서준이다. ...... 한편 부성 경찰청. 마침 현장을 목격했으나 시간이 늦은 탓에 정가현은 하룻밤을 경찰청에서 보내야만 내일 정식 조사를 받을수 있었다. 연승훈에게서 정가현의 진짜 정체를 듣게 된 서무승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만다. S시 갑부인 유씨 가문 막내 딸에 유한진의 귀한 여동생이라니...... 그런 거물을 하마터면 구치소에 감금할 뻔한건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쭉 흘러내렸다. 서무승은 결국 정가현에겐 청에서 가장 호화로운 1인실을, 유시호와 유시우에게 역시 2인실을 제공했다. 용의자들에게 제공되는 임시 거처는 침대는 물론 의자 하나 없고 화장실도 없는데다 습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해야 할 정도였지만 1인실엔 정가현이 감기라도 걸릴까 침대며 고급 러그까지 구비해주고 심지어는 테이블과 노트북까지 제공해줬다. 물론 외부와의 연락은 안 되는 내부 전산망이긴 했지만. 이따금씩 경찰들이 찾아와 필요한건 없냐, 옆에 있는 고급 호텔에서 음식이라도 배달해 주겠다며 친절을 베풀었다. 유일하게 못마땅한게 있다면 바로 절차 때문에 휴대폰을 압수 당했다는거다. 정가현이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 오늘 생긴 일들을 회고해보기 시작했다. 유시환이 없어진걸 알아차리긴 했지만 변서준이 박정우를 보냈으니 문제될건 없었다.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