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장

명령이다. 협상이나 흥정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선을 긋고 싶어하는가,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다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느냐? 그래서 정말 그와 평생 낯선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나? 변서준의 속눈썹은 가볍게 떨리고 검은 눈동자에는 점점 옅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눈에는 이미 처음에의 포학함과 포악함이 없어졌다. 그는 심장이 심하게 비벼지고 비벼지는 것을 느끼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하얗게 얼굴에는 연약함이 감춰지지 않았다. 가현은 그의 표정을 눈앞에서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냉랭하게 변한 기색 하나 없이 서류를 건네는 손이 한 치 높이로 올라갔다. 변서준은 숨을 죽이고 손끝을 가볍게 떨며 서류를 건네받으니 마음이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가현은 테이블 위의 펜을 가지러 몸을 돌리려 할 때 뒤에서 '스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변서준의 검은 눈매는 매서웠고, 또 한 번 서슴없이 서류를 갈기갈기 찢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더 심해서, 바로 그녀의 머리 위로 던지라고?！ 새하얀 종이 조각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도발? 가형은 정말 화가 났다. 그 분노의 불길이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떠들썩하게 소리치며 아래에서 위로, 머리 위로까지 번쩍이며 타올랐다. 그녀는 이를 갈며 "죽을래?” 맞은편 남자는 전혀 찌질하지 않았고, 그녀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윽한 검은 눈동자가 더없이 어두웠다. 그의 뼈마디가 뚜렷한 손은 허리춤의 벨트로 미끄러져 버클을 깔끔하게 풀고 밖으로 빼내려는 자세를 취했다. "뭐 하는 거야?” 가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화가 나서 때리려고? 허, 지금 그 정도의 힘으로는 정말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녀는 노기 띤 얼굴로 그를 응시하며,암암암리에 이를 갈고 그가 손을 쓰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는 벨트를 반으로 접고 그녀의 손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얇은 흰색 셔츠만 입은 넓은 등이 유난히 꼿꼿했다. 그는 "이 명령은 따르지 않겠다. 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