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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변서준은 어두운 안색으로 실망한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두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너 정말 형편없구나!” 그러더니 옷깃을 잡고 있던 변서아의 손을 내리치며 명령했다. “오늘부로 넌 외출금지야. 내 허락없인 어디도 못 나가! 집에 틀어박혀서 제대로 반성해!” 말을 끝낸 변서준은 모지영을 데리고 떠나갔다. 다급히 쫓아가려는 순간, 윤태진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고 변서아는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변씨 저택으로 보내졌다. 그녀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손에 잡히는 대로 냅다 부수기 시작했다. 격렬한 소리에 잠에서 깬 이민주는 급히 와서 살펴보았다. “우리 딸 왜 그래? 너 파티 갔던 거 아니었어? 꼬라지는 왜 이래?” “엄마, 우아아앙.” 변서아는 이민주의 품에 안겨 파티에서 생긴 일을 잔뜩 과장하며 호소했다. “엄마 나 대신 화풀이해 줄 거지? 오빠 진짜 너무해! 혼내라는 년은 혼내지 않고 나한테 외출금지령을 내렸어. 그러니까 엄마 나 꼭 도와줘야 해!” 이민주는 마음이 아픈 듯 변서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변서아는 독기가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난 그년이 죽었으면 좋겠어.” ...... 아직 지낼 곳을 마련하지 못한 정가현은 잠시 유한진의 별장에 머물기로 했다. 도우미 장옥희는 성인이 된 정가현을 보더니 잔뜩 흥분해서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준 후 그녀의 짐을 옮기고 방을 정리해 주며 바삐 움직였다. 정가현은 장옥희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유한진은 그녀를 소파로 당겼다. “가현아, 내일이면 정식 입사야. 계획은 있어?” “전에 말했던 그대로 하면 되지, 뭐. 사장은 작은오빠가 하면서 회사의 크고 작은 일을 맡아줘. 내가 옆에서 꼼꼼히 배울게.” 유한진은 살짝 침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관계를 알리기 싫다면 출퇴근은 각자 하는 게 좋겠어. 한정판 마세라티 MC77 준비했어. 맘에 들 거야.” “MC77은 너무 고가야.” 정가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출퇴근으로 사용할 거라 저렴한 차로도 충분해. 오빠가 굳이 나한테 차 사주겠다면 차라리 폭스바겐 산타라로 사주면 되겠다.” 유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저렴한데.” 정가현은 눈웃음을 지으며 유한진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하나도 안 저렴해. 오빠 난 잠시 내 신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녀를 해쳤던 범인은 그녀가 기억을 잃고 부성시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그녀가 변씨 가문에 있었던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워낙 머리가 총명한 유한진은 그녀의 걱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긴 보안시설이 잘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지내. 아무도 널 방해할 수 없을 거야.” 유한진은 문뜩 뭐가 생각난 듯 한마디 덧붙였다. “맞다. 큰형은 요즘 해외로 자주 나가고 둘째 형은 병원에 희귀병 환자를 수용하는 바람에 엄청 바쁘대.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에 다들 너무 기뻐서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아마 며칠 후면 도착할 거야.”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동생이 이혼했다는 데 다들 왜 좋아해? 이게 뭐야?” 정가현은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의 큰오빠는 기장이자 전 세계 수많은 회사를 거느린 기업가, 게다가 어둠과 빛을 모두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의 둘째 오빠는 수술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엘리트 석사이다. 이런 두 사람이 그녀에게 주는 선물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물건일 것이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그녀의 눈동자에 유한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콧등을 콕 찌르더니 샤워하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밤 12시. 변서준은 모지영을 호텔에 데려다준 뒤 별장으로 돌아갔다. 문을 여는데 거실은 어둡고 휑한 것이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아마 매일 그를 기다리는 여자가 보이지 않아 그런 것 같았다. 말로 할 수 없는 기분에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불을 켜고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윤태진의 보고를 듣기 시작했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정가현 씨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호텔에서 떠난 후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지셨는데 심지어 휴대폰도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변서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증발했다고? 변서준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엘리트 해커들인데 위치 하나도 파악하지 못한다고?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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