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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날, 임씨 가문 저택. 심민아가 찾아오자, 임미정은 속으로 조금 조마조마했다. ‘설마 민아가 나랑 수연이 몰래 짠 계략을 알아챘나?’ “미정아, 뭔가 이상해.” 심민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방성훈은 원래부터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야. 그런 사람 때문에 내가 연애 바보가 됐다니 말도 안 돼.” 임미정이 그녀의 곁에 앉으며 대답했다. “모든 일은 네가 18살 때, 크리스마스 밤에 변태 연쇄살인마한테 쫓긴 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 심민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가 갑자기 6년 뒤로 회귀한 계기도 크리스마스 밤에 있었다. 임미정은 따끈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말했다. “그날 밤, 기절해 있던 너를 피투성이가 된 방성훈이 병원에 데리고 갔어. 너희 둘 다 크게 다쳐서 일주일 내내 깨어나지 못했고. 깨어난 뒤에 네가 직접 말하길, 방성훈이 너를 구해 주느라 손을 심하게 다쳤고, 그래서 수술 도구를 잡지도 못해 의사로 일할 수 없게 됐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했어.” 그날 이후, 심민아는 모두가 비웃는 연애 바보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민아는 더욱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 ‘단지 은인이라는 이유로 내 회사를 송두리째 넘기고, 나 자신까지 이렇게 비굴해졌다고? 이건 내 성격이 아니잖아!’ 그 점은 임미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덕에, 그녀만큼 심민아를 잘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심민아는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걸 가장 좋아했다. 누군가 그녀를 험담하면, 심민아는 현금을 그 입에 들이밀며 입을 막았다. 또 누군가 심민아에게 대시하면, 돈 줄 테니 다른 목표 찾으라고 쏘아붙였다. 누군가 심민아를 도와줘도 이런 식이었다. “네가 받을 보상이야. 오늘 기분이 좋아서 0을 두 개 더 붙여 줄게. 근데 굳이 나를 도우려고 애쓸 필요 없어. 쟤들, 날 함부로 못 건드려. 그냥 내 심심풀이일 뿐이거든.” ... 임미정이 기억하는 심민아는 언제나 그렇게 도도하고 거만했다. 그리고 바로 그 모습에 끌렸던 것이다. “나는 분명히 진호를 좋아했었어. 근데 내가 대체 왜 그렇게까지 진호를 미워하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증오했을까?” 심민아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모든 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느꼈다. 이 모든 기묘한 상황이 마치 누군가에게 몸을 빼앗긴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박수연이 슬픈 표정으로 자신에게 매달리던 모습이 떠오르자, 임미정은 꺼내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언젠가는 숨길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심민아가 진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저히 위험을 감수하기가 두려웠다. 혹시라도 지금의 심민아가 사라지고, 다시 예전처럼 낯설고 무서운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겁이 났다. 심민아가 계속 추궁할까 봐, 임미정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민아야, 사실 6년 전 변태 연쇄살인마한테서 너를 구해 준 사람은 방성훈이 아니었어.” 심민아가 갑자기 그렇게 변해 버린 이유가 궁금해서, 임미정은 1년 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그날 밤 사건을 조사했다. 망가진 CCTV 영상 속에서, 한 검은 그림자가 몸으로 살인마의 칼을 막아 내고 피투성이가 된 채 범인을 유인해 갔다. 그 뒤에야 방성훈이 나타나 기절한 심민아를 데려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그 시절 24살의 심민아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임미정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방성훈 편을 들다가 임미정과 절교해 버렸다. 24살의 심민아는 그녀를 믿지 않았으나, 18살의 심민아라면 무조건 임미정을 믿는다. “그렇다면 더는 구해 준 은혜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되겠네.” “민아야,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심민아는 가볍게 눈매를 치켜올리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 여우 같은 눈동자는 아름답고도 치명적이었다. “뭘 하긴? 이제 그놈들한테 알려 줘야지. 나는 심씨 가문의 주인이고, 걔네는 동냥을 기다리는 개라는 걸.”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방성훈과 강소라가 자신에게 퍼부은 모욕과 박수연에게 입힌 상처를 꼭 백 배, 천 배로 되갚아 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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