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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성훈아, 나를 좀 도와줘.” 강소라는 눈물 글썽이며 간절히 매달렸다. “심민아, 소라한테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너를 절대 용서 안 해. 이생에 다시는 나를 볼 생각하지 마!” 방성훈은 몹시 격분한 채 심민아에게 명령하듯 소리 질렀다. 이 방법만 쓰면 심민아가 꼭두각시처럼 무조건 복종하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짝! 방성훈은 뺨을 맞은 데다가 심민아가 무릎 쪽을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주변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성훈을 개처럼 따라다니던 심민아 맞아? 방성훈이 인생의 전부라고 하지 않았나? 미쳤나 봐!’ “심민아, 너...!” 방성훈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심민아는 그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고 당당하게 뱉어냈다. “누구한테 큰 소리야? 너 같은 인간은 내 앞에서 무릎 꿇어야 마땅해.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강소라 쪽으로 향했다. “이 개 같은 것도 데리고 당장 꺼져. 또다시 내 앞에 얼씬대면 다리부터 부러뜨릴 거야.” 심민아는 태권도 유단자라 방성훈이나 강소라쯤은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방성훈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반드시 복수할 거야!’ 강소라는 그를 붙잡고 애원했다. “우리 서현이부터 살려야지. 박수연 골수가 필요하잖아.” 딸 생각이 나자, 방성훈은 겨우 울분을 삼키고 막 박수연을 데려가려던 심민아를 가로막았다. “심민아, 네 딸이 골수를 기증해 서현이를 살려 준다면, 내가 바로 너랑 결혼해 줄게. 됐지?” 마치 엄청난 양보라도 한 듯 당당한 말이었다. 그는 이제 심민아가 감동의 눈물을 쏟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박수연은 조그만 손을 꼭 쥐고 품 안의 인형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골수 이식이 무섭다기보다는 나쁜 아저씨가 엄마랑 결혼하는 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심민아는 품 안에서 아이가 떨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성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결혼? 네깟 주제에 감히? 방성훈, 너는 들어 본 적도 없어? 결혼은 집안 수준이 비슷해야 할 수 있는 거야. 사실 너랑 강소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쥐랑 바퀴벌레, 이토록 완벽한 조합이 또 어디에 있어.” 방성훈은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여자에게 기대어 상류층에 들어온 인물이라고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늘 자존심과 열등감을 함께 품고 살았다. 그런 그에게 심민아가 쏟아 낸 말들은, 그의 자부심을 거칠게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심민아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고 비웃듯 말했다. “네가 아직도 심씨 가문의 아가씨인 줄 알아? 박진호가 너를 버린다던 소문이 업계에 자자하던데? 보호막이 사라지면 너는 그냥 떠돌이 개일 뿐이야.” 그러고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심민아는 박수연을 안고 있어 몸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예상했던 통증은 찾아오지 않았다. 눈을 떠 보니, 박진호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방성훈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성훈은 눈 깜짝할 새 새하얗게 질려 버렸고, 곧이어 병원이 울릴 정도의 비명이 들렸다. 박진호는 손아귀에 잡힌 방성훈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어두운 눈빛 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른 채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누구더러 떠돌이 개라는 거야? 민아는 박씨 가문의 안주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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