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육해인과 박진호가 전화를 받고 달려왔을 때, 그들이 마주한 건 눈과 코가 멍투성이가 된 양씨 부부였다.
“육 대표!”
양 대표는 듬성듬성 남은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채, 분노에 벌벌 떨며 외쳤다.
“오늘 이 일 그냥 넘어가지 못해요!”
양 대표의 회사는 윤화 그룹의 핵심 협력사였다. 그런데 심민아가 그 회사 대표 부부를 때려눕힌 것이다.
사실 이는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때린 사람이 박진 그룹의 사모님, 심민아라는 사실이었다.
양 대표의 마누라는 심민아를 본 순간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진호가 등장하자마자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한 심민아 씨잖아. 왜, 방성훈 하나로 성에 안 찼던 거야? 그래서 이제 우리 남편까지 꼬시려고?”
여자는 힐끔 박진호의 반응을 살피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내 확신했다.
‘소문대로 정말 이혼할 모양이네? 남편의 보호가 없다면 이 여우 같은 계집을 혼내는 건 일도 아니지.’
여자의 비아냥거림에 심민아는 그저 조용히 박진호를 바라봤다.
그는 예전에 말했었다.
“당신 일은 내가 정리할게. 그래도 우리 집안의 체면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
즉, 심민아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박진 그룹의 사모님의 체면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아무 말 없이 모욕을 방관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이 이제 곧, 사모님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될 테니까.
감정은 그물처럼 그녀를 옭아맸고 빠져나오려 애써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팽팽했다.
심민아는 박진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첫사랑인 만큼 그의 마음속에도 손에 닿을 수 없는 다른 여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었겠지. 그저 그날 하룻밤의 책임감 때문에 나를 아내로 맞았을 뿐.’
딸이 갑작스레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그들은 벌써 이혼했을 것이다.
심민아가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순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남자가 발로 걷어차이듯 튀어나왔다.
마르고 패션 센스는 요란한 남자였다.
양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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