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육해인은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안 났다.
그는 무릎 꿇고 빌기 직전이었다.
“심민아 씨... 내가 어떻게 감히 누님을 비서로 써요? 민아 씨는 경성에서 가장 귀한 사모님이잖아요!”
심민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입사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그럼 퇴사해요! 내가 백 배, 아니 천 배 연봉 줄게요! 그리고 지금 당장, 바로 전용차 보내서 댁으로 모실게요!”
“미리 말하지만 퇴사 안 해요. 나, 일해야 해요.”
“누님... 아니 제발요! 대체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요! 박 대표님 벌어다 주는 돈으로 평생 부귀영화 누리면서 사시면 되잖아요!”
심민아의 눈빛이 차분히 내려앉았다.
“남에게 기대느니 나 자신에게 기대는 게 낫지. 그리고 앞으로 날 누님이라 부르지 마세요.”
마음만은 아직 18살인 심민아는 24살 남자한테 ‘누님’ 소리 들으니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육해인이 입이 마르도록 빌었지만 심민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도움을 청하러 박진 그룹으로 향했다.
“민아가 원한다면 그대로 둬.”
박진호가 담담히 차를 따르며 말했다.
아내가 갑자기 일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일을 시작하면 더는 방성훈 같은 쓰레기에 집착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육해인이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니 민아 씨 성질 네가 더 잘 알잖아! 민아 씨가 우리 회사에 남으면요, 진짜 천장이 날아가요. 모실 자신 없다니까?”
박진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동 쪽 땅, 그리고 해외 두 개 프로젝트. 그걸로 충분하겠지?”
“진심이야?”
육해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심민아가 대체 뭘 먹였길래 이래? 수천억짜리 땅이랑 해외 대형 프로젝트로 바꾸겠다는 거야? 기어코 비서 일을 시키겠다고?”
박진호는 말없이 손을 들자 조용히 대기 중이던 한동욱이 계약서를 들고 들어왔다.
육해인이 아무리 마음속으로 그렇게 구시렁대봤자, 눈앞의 땅과 계약서는 진짜였다.
돈 앞에서 장사 없다고 육해인은 망설임 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그 순간, 책상 위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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