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정지안은 순간 멍해졌다가 허겁지겁 그 뒤를 쫓았다.
“진호 오빠, 제가 들어가서 도와줄게요!”
쿵.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문이 그녀 눈앞에서 닫혀버렸고 정지안은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부탁드려요, 점장님.”
심민아가 자연스럽게 긴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 너머로 넘겼다.
하얀 피부, 매끄럽게 드러난 어깨, 그리고 손에 잡힐 듯 잘록한 허리까지.
그녀의 뒷모습은 유혹 그 자체였다.
박진호의 호흡이 미묘하게 흐트러지면서 검은 눈동자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만약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 그녀의 몸을 보는 건, 다른 남자였을 텐데.’
그 생각이 들자 가슴속에서 이유 없는 화가 뻗쳐 올랐다.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낼 수 있을까?’
그녀는 예전에 말했었다.
“세상 남자가 다 죽어도, 난 당신을 사랑 안 해.”
그는 바로 옆에 있었지만, 그녀는 남자 점장을 불렀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속이 뒤틀릴 지경이었다.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며 박진호는 묵묵히 그녀의 드레스 지퍼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손보다 먼저 문을 잠갔다.
그리고 가녀린 손이 그의 가슴팍을 밀었고 순식간에 그는 피팅룸 의자에 앉혀졌다.
무릎 위로 느껴지는 낯선 무게에 고개를 들자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심민아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허리에 찬 장식 벨트로 그의 양손을 묶으며 눈을 맞췄다.
“화났어?”
사실, 심민아는 처음부터 그가 들어올 줄 알았다.
장난 삼아 놀래주려 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참을성이 좋다 못해 답답한 인간이었다.
박진호는 눈빛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말했다.
“착각하지 마.”
심민아는 속으로 웃었다.
‘정말이지, 돌덩이 같은 남자네.’
하지만 괜찮다.
정말 화난 거라면 그녀가 달래면 된다.
그리고 그걸 달래는 법을 심민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박진호의 입술에 닿았다.
탐색인지, 유혹인지 모를 그 입맞춤은 달콤하고도 짜릿했고 박진호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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