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박진호는 일이 끝난 뒤 곧장 박지훈을 데리러 경성 귀족 초등학교에 들렀다.
“오늘 교장 선생님이 전화했어. 네가 또 담임 선생님 울렸다고.”
“나 때문 아니야. 본인이 멍청해서 운 거지.”
“그 선생님, A국 최고 수학자인 거 알지?”
“그럼 뭐해. 내가 낸 문제도 못 푸는데.”
박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박지훈은 IQ, EQ 모두 상위 1%, 그중에서도 수학적 재능은 괴물 수준이었다.
다섯 살에 이미 ‘수학 천재’로 학계에 이름을 올렸고 사람들은 그를 신동이라 부르며 추앙했다.
국내외 명문 학교들이 줄줄이 입학 제안을 해 왔지만 박지훈은 모두 거절했다. 여동생을 옆에서 지켜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됐고, 그 얘긴 그만해. 근데 아빠, 정지안 아줌마는 진지하게 고려 안 해 봐? 그 사람 머리는 좀 나빠도 아빠한텐 진심이잖아.”
“적어도 심민아 그 여자처럼 이랬다저랬다 거짓말이나 하면서 칼로 아빠를 찌르고 하지는 않잖아.”
옆에 있는 아들은 겨우 다섯 살인데, 말투나 행동에서는 아이다운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건 내 이기심 때문이지.’
죄책감이 덩굴처럼 그의 심장을 죄어 왔고, 한참 후에야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좋아?”
“그 사람이 우리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박지훈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애어른 같은 눈빛, 그 깊은 눈 속엔 감정조차 담기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방 안에서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방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분홍 토끼 전신 거울, 맞춤 화장대, ‘출동! 파우 파트롤’ 담요, 하늘색 침구까지.
어둡고 차가웠던 공간이 한순간에 밝고 따뜻해졌다.
특히 욕실에는 2인용 욕조까지 들어 있었다.
“왔어?”
접이식 사다리에 올라가 있던 심민아가 몸을 돌리는 순간, 사다리가 휘청거렸고
균형을 잃은 그녀를 박진호의 튼튼한 팔이 받아 냈다.
그녀를 내려놓으려던 찰나, 심민아가 그의 목을 꽉 껴안은 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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