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최하준이 퇴근하고 1시간이 지났는데도 여름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오는 신경도 안 쓰고 아주 상전 나셨군!’
“지오야, 가자! 과일 사러 가자.”
최하준은 지오를 품에 안았다.
배가 부른 지오가 움직이기 귀찮아 하악질을 하며 반항을 해보았지만, 집사가 지오의 말을 들어줄 리 없었다.
단지 입구 쪽에는 상가가 있었다. 최하준은 되는 대로 아무 가게나 들어가 과일을 고르기 시작했다.
‘뭘 사지? 강여름은 왜 아직까지 안 들어오는 거야?’
입구에 서 있던 주인 여자가 저세상 미모인 남자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뭔 일이래? 벌써 몇 번을 돌고도 아무것도 안 사잖아? 그러면서 가게 밖만 쳐다보고. 나랑 뭐 어떻게 해보려고 왔는데 차마 용기가 안 나는 건가?’
주인 여자가 살짝 부끄러워하다가 용기를 내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가는 게 아닌가.
주인 여자가 놀라서 고개를 빼고 보니 길 가에 고급 외제차가 서 있고 거기서 예쁘장한 여자가 내리는 게 보였다.
‘뭐야, 이제 보니 바람 피우는 현장을 잡으러 나온 거였어?’
저렇게 잘 생겼는데도 상대가 바람이 나는구나. 안 됐네.
******
도로변.
여름이 막 양유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최하준이 지오를 안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깨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은 최하준의 모습은 마치 무슨 영화 속 빌런이 등장하는 장면 같았다.
여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웬일로 12시도 안 됐는데 집에 왔대?’
어쩌면 이렇게 남자가 바래다 줄 때마다 최하준을 마주치게 되는 건지.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최하준이 문 앞까지 나와 자기만 기다리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곧 또 화내고 난리가 나겠지.
그래서 여름이 먼저 선수치기로 했다.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까 화 내려거든 내일 해요.”
최하준은 뚜껑이 열렸는지 입을 열자마자 이성을 상실했다.
“아픈 게 아니라 남자랑 노느라고 피곤하신 거겠지. 아주, 지난번에는 SUV더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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