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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여름은 양유진의 별장으로 돌아와 기사들에게 공사 준비를 시켰다. 여름은 하루 종일 공사 현장을 지휘했다. 오후가 되자 양유진이 금일봉을 들고 찾아왔다. 두툼한 봉투를 여름의 손에 쥐여주자 여름은 뜻밖의 선물에 놀랐다. “대표님,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양유진이 여름을 바라보았다. “별 거 아닙니다. 어제보다 안색이 더 창백한데요. 감기 걸린 거 아닌가요?” “네. 뭐 그냥 가벼운 감기겠죠.” 양유진이 부드럽게 말했다. “얼른 퇴근해서 쉬세요. 공사장은 착착 돌아가고 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 아닙니다.”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데…. 아침저녁 얼굴 보는 최하준보다 낫네.’ 최하준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여름에게 어디 아픈데 있는지 물어본 적도 없었다. ‘하긴 뼛속까지 나한테 원한이 사무쳤는데 관심은 무슨…. 저렇게 세심한 남자랑 살면 평생 행복하겠지?’ “고맙습니다, 대표님.” 여름은 인사를 하고 퇴근하려고 했다. 그러나 몇 걸음 못 가서 머리에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다행히 양유진이 얼른 여름을 부축해 주었다. 그러다가 양유진은 여름의 손이 엄청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 “열이 높은데요. 병원으로 갑시다.”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지 마십시오. 우리집 공사하다 쓰러지면 다 내 책임이라고요.” 양유진이 여름을 안아 자기 차에 태웠다. 차에 타자 여름은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잠들었다. 몽롱한 가운데 누군가가 내내 자신을 안고 있는 걸 느꼈다. 손이 찔리는 느낌도 있었고 누군가가 물을 먹여주기도 했다. 깨어나 보니 병상에 누워있고 손등으로 수액이 들어오고 있었다. 양유진이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열이 39.8도가 넘었습니다. 하마터면 산재 처리할 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네요.” 여름이 일어나 앉으며 연신 사과를 했다. “제가 잘못해서 감기 걸린 거예요. 일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어제 감기약을 먹어서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이렇게 심한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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