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혹시나 젊은 혈기에 충동적으로 별장 설계를 포기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양유진은 여름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군요. 그럼 도면 설명 좀 드릴게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답에 여름은 마음을 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양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이쪽 전문이 아니라서 자세한 도면은 봐도 잘 모른다.
여름이 책상 맞은편에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도면이 거꾸로 보여서 좀 불편해 보였다.
양유진이 자신의 오른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허락을 얻자 여름은 책상을 돌아 양유진의 오른쪽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도면을 짚으며 말했다.
“책장이 부족할까 봐 이쪽에 한 줄을 이렇게….”
양유진은 여름의 손가락을 보았다. 가늘고 길었다. 자신에게 바짝 붙지도 않고 어깨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도 머리에서 나는 은은한 샴푸 냄새가 느껴졌다.
매장에서 늘 맡는 진한 향수 냄새가 아니라 이렇게 자연스러운 향기를 풍기는 냄새를 맡으니 어쩐지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양유진은 가만히 곁에 있는 여름을 곁눈질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머리에 하이넥 니트를 입은 여름은 맑은 눈동자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조금 초췌해 보였지만 그게 오히려 더 보호 본능을 부추겼다.
“어떻게, 제 제안이 마음에 드시나요?”
여름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좋네요. 아주 좋습니다.”
양유진은 조금 당황했다. 사실 지금까지 여름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름은 그것도 모르고 자신이 감기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여름은 20분 정도 도면을 설명했다. 고객들은 언제나 조금씩 수정을 요청하기 마련이다. 디자이너의 제안을 고객이 100% 수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양유진은 단박에 OK를 했다.
“좋네요. 더 수정할 것 없으면 내일부터 바로 시공 들어가면 되겠네요.”
“그렇게 빨리요? 길일 안 받으시고요?”
“전 그런 거 안 믿습니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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