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굳이 숨기는 거지? 내가 자기 재산을 탐내기라도 할까 봐? 아니면 강여경에게 디자인 맡기려고?
전자의 경우는 차라리 괜찮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그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TH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강여경과 어떤 원한이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뭐, 있어도 상관없어요. 저더러 인테리어 디자인 맡기라고 강요하진 않을 거니까요.”
여름은 반 농담조로 말했다.
“내가 없다면 없는 겁니다.”
최하준은 딱 잘라 대답했다.
여름은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화제를 바꿨다.
“그럼 혹시… 무슨 행사 갈 일 없어요? 동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던지?”
“없습니다.”
동성의 수준 낮은 사람들과 굳이 어울릴 생각은 없었다.
“뭐, 알았어요, 그런데, 나는 있거든요.”
최하준은 젓가락을 놓고 인상을 쓰며 여름을 쳐다보았다.
“대체 또 무슨 꿍꿍입니까?”
“월말에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거든요. 그날 한선우랑 강여경 약혼식도 같이 한대요. 할머니께서 절 어릴 때부터 많이 아껴주셔서 안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나랑 같이 안 갈래요?”
여름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뭇 간절한 얼굴로 최하준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최하준은 금세 여름의 집에서 그러는 속셈을 알아차렸다.
“혼인신고 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요. 당신 식구들과는 만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쭌도 어차피 참석해야 하잖아요.”
무의식중에 말이 나와버렸다.
“내가 왜 참석해야 합니까?”
최하준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는데 말이다.
여름은 하마터면 “외삼촌이잖아요.”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분명 자신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 그날 동성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올 거거든요. 그러니까 쭌도….”
“미안하지만, 그런 동네 잔치엔 참석하지 않습니다.”
“…….”
동네 잔치?
‘수준이 낮아서 조카 약혼식에 참석을 안 한다고?’
‘흥, 당신은 얼마나 하이레벨이시길래? 요즘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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