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화
장춘자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을 하준을 상대할 각오를 하면서 왔는데 이렇게 평온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두 사람이 문으로 들어오다가 장춘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하준의 얼굴에서 온기가 싹 가시더니 방어적이고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장춘자는 철렁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여름이 시원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불쾌한 일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사뭇 평온한 말투였다.
장춘자는 여름을 흘겨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준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내 와이프가 눈치 보게 만드실 거면 돌아가세요.”
“얘가….”
장춘자는 혈압이 확 올랐다.
“난 네 할미다. 내가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니?”
“우리 식구들은 항상 내 상처에 칼을 꽂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번에 여름이 아니었으면 날 또 무자비하게 정신병원에 처넣었을 겁니다.”
하준이 비꼬아 말했다.
“정말 내게 조금이라도 가족의 정이라는 게 있다면 강여름 씨를 존중해 주시죠.”
장춘자는 마음이 답답했다.
여름이 상황을 보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사실 얼굴까지 이 지경이 됐는데 화는 제가 내야죠. 설마 제가 FTT 정도 되는 집안 출신이 아니라고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장춘자는 입이 벌어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하준이 먼저 말했다.
“처음부터 내가 먼저 강여름에게 매달렸어요. 쓸데없는 생각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날 처음 만났을 때 강여름은 내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서유인이랑 사귀는 척했던 것도 다 내가 강여름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키려고 벌인 일입니다.”
“어떻게 네가 유인이한테 그런 짓을 하니?”
장춘자는 좀 화가 났다.
“그렇게 서유인이 좋으시면 손녀로 입양하세요.”
하준의 눈동차가 차가웠다.
“다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었니? 유인이가 얼마나 괜찮은 애인에….”
“강여름은 괜찮은 사람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하준이 갑자기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둘 다 서경주의 딸입니다. 내 와이프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누구에게서 태어날지를 여름이가 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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