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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장

“다 네가 자초한 거다.” 이정희가 쌀쌀맞게 답했다. “저러니 선우한테도 차였지.” 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약간의 기대마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바보같이…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강태환과 이정희에게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 부부에게 강여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핸드폰 돌려주세요” 자포자기한 듯 여름은 힘없이 손을 내밀었다. “갈게요. 집안 망신이나 시키는 딸, 이제 다시 이 집에 발 들이는 일 없을 거예요.” “흥, 나가서 계속 우리 얼굴에 먹칠하고 사고나 치고 다니려고?” 이정희가 쏘아붙였다. “얌전히 집에서 반성하고 있어. 언제 내보내 줄지는 너 하는 거 봐서 결정하마.” ‘탁탁’ 손뼉 소리와 함께 보디가드 몇이 달려와 여름을 붙들었다. “무슨 짓이에요, 이건 감금이라구요!” 미칠 것 같았다. 가족이 자신에게 이 정도로 심하게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내 딸 제대로 교육하려는 거다. 2층으로 데려가 문 잠가!” 강여경이 거들었다. “아빠, 이러지 마세요. 철이 없어 그런 건데요. 그리고 우리 집은 손님도 많이 오잖아요. 2층에서 소리 지르고 그럼 어떡해요.” 그 말에 강태환도 흔들렸다. “하긴 그렇구나. 아예… 평안리에 있는 집으로 보내야겠다.” 완전히 멘붕이었다. 평안리 집은 예전에 제사 때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5, 6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집이다. 한 번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마을 자체가 워낙 외지고 삭막한 곳이었다. 강여경이 거드는 척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여경, 이 나쁜….” 이정희가 소리 질렀다. “도와주려고 애쓰는 애에게 욕을 해? 어째 그렇게 못 돼먹었니!” “당장 데리고 가.” 강태환이 손을 내저었다. 여름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형편없어진 걸까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로 차를 타고 얼마나 갔을까, 여름은 시골집에 버려졌다. 현관은 보디가드들이 재빨리 걸어 잠갔고 창문마저 못으로 단단히 박아버렸다. 더 황당한 건 전기도 물도,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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