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장
오후가 되어 휴대 전화를 개통하고 났더니 부재중 전화가 열 개도 넘게 떴다.
윤서부터 아버지, 어머니까지 여기저기서 많이도 왔다.
‘혹시 다들 그날 일을 알고 그러나?
일말의 기대감을 감추고 발신을 눌러보았다.
“엄마….”
“드디어 전화했구나.”
날카로운 이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까지 밖으로 돌아다닐 거니? 당장 집으로 돌아와!”
‘집으로’라는 말에 여름은 씁쓸해졌다.
“거기가 아직 저에게 집이긴 한가요?”
“강여름,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못 돌아올 줄 알아라. 우리도 딸 하나 없는 셈 치면 그만 아니겠니?”
이정희는 이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여름은 집에 일단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이제껏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들이다. 정해천의 녹취 파일을 가져가 강여경의 실체도 밝혀야 했다.
******
한 시간 후, 차를 몰아 집에 도착했다.
고작 한 달여만인데도 어쩐지 많은 게 달라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들어서니 거실에 강태환과 이정희, 강여경이 모두 있었다.
강여경의 얼굴을 보자 가슴 속 깊은 데부터 증오가 치밀어 올랐다.
“강여경이 제 작품을 훔친 거 알….”
“여름아, 밖에서 날 욕하고 다니는 건 그냥 넘어갈게. 하지만 집에서까지 이래야 하니?”
강여경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적 없다고 했잖아.”
이정희도 정색하며 거들었다.
“오자마자 시비니? 언제까지 이럴래?”
“증거가 있어요.”
여름은 핸드폰을 꺼내 녹음된 음성을 틀었다.
정해천의 목소리가 나오자 강여경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러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더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대체 누굴 시켜 조작한 거니? 정해천이 누군데? 난 모르는 사람이야.”
여름은 고개를 돌려 붉어진 눈시울로 강태환을 바라보았다.
“강여경이 정해천이란 사람 계좌로 1억을 입금했어요. 조사해 보시면 금방 나올 거예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랐고 나중에 아빠가 찾으신 다음에야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벌써 그렇게 복잡한 디자인을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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