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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화

”하준아, 진정해라. 난 네 에미야.” 최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넌 천륜을 어기는 짓을 하고 있어.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할 거다.” “흥, 손가락질은 이미 받고 실컷 받고 있습니다. 대체 날 왜 낳았나요? 당신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에요.” 최하준은 미친 듯 소리쳤다. 최란은 상반신이 뒤로 한참 밀린 채 허우적거렸다. “정말 날 죽일 셈이니? 미쳤구나.” “네, 미쳤어요. 어머니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습니까?” 하준은 다시 흥분했는지 자신을 컨트롤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내닫던 중에 갑자기 강여름이 비명이 들려왔다. “그만 해요!” 하준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다. 자신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여름을 차마 마주할 수 없었다. ‘지쳤어. 이젠 너무 지쳤다고.’ 하준은 병이 재발하고 상태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젠 가슴속에 악만 남았다. 전에는 그래도 최란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다시는 그 하얀 정신병원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영원히 하얀 벽만 있는 곳이었다. 아무도 하준에게 관심도 애정도 주지 않았다. “이리 와요.” 여름이 한 걸음 한 걸음 숨도 못 쉬고 하준에게로 다가갔다. “그만, 더 다가오지 말아요.” 하준이 여름에게 고함쳤다.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난 병이 있어. 당신을 다치게 할 거야. 이제 다 알잖아?” 여름은 하준의 그런 낯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 “난 무섭지 않아요.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사람은 없어요. 당신 잘못도 아니에요. 당신에게 상처 준 사람이 잘못한 거지.” “안 믿어. 그만 둬.” 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 어머니도 그런 소리로 날 속였었어. 그러더니 날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렸다고.” 최란은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그때 네 상태는 병원에 보내서 치료하지 않으면…” “시끄러!” 하준은 갑자기 더 울컥한 듯했다. “당신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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