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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병원. 여름은 입원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퇴원을 했다. 최하준이 직접 차를 가지고 마중을 오자 이런 스페셜한 대접이 조금 뜻밖이라 여름은 놀랐다. 그런데 컨피티움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형 마트 주차장으로 직행하는 게 아닌가. 최하준은 해맑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며칠 동안 밥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입맛 까다로운 지오가 밥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적당히 재료 좀 사다가 맛있는 걸 해주시죠.’ “⋯⋯.” 여름은 아무 말 없이 우아하게 오만한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입맛 까다로운 것이 과연 지오인지 최하준인지 “왜 멍하니 있습니까? 얼른 다녀와요.” 며칠 동안 김상혁이 가져다주는 걸 먹었더니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네.” 여름은 할 수 없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최하준의 도움도 받았고 안 그래도 맛있는 식사로 감사 표시를 할 참이었다. 마트로 들어가면서 머릿속에 몇 가지 메뉴가 떠올랐고 지오를 위한 메뉴도 생각해 두었다. 사야 할 재료도 많았지만, 여름은 요구르트, 우유, 과일, 간식거리까지 골랐다. 한 바퀴를 돌고 났더니 카트가 넘치고 있었다. 이걸 다 들고 갈 수는 없었다. 잠깐 생각해보다가 최하준에게 톡을 보냈다. “쭌, 너무 많이 사서 못 들고 가겠어요. 와서 좀 들어줄래요?” 5분을 기다려도 답이 안 왔다. 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바랄 걸 바라야지.’ 최하준은 애초에 ‘배려’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쪽에 그늘이 지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훤칠한 최하준이 앞에 서 있었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 흰색 니트만 입고 있어 더욱 산뜻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여름은 넋을 잃고 쳐다봤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빛나는 미모에 뭘 입어도 잡지 모델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정신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한 최하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름의 시선에는 반감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기분이 좋았다. “간단하게 식재료나 몇 가지 살 줄 알았더니 이게 다 뭡니까?” 평소 근검절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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