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맞은 편에 앉은 하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
‘빌어먹을!’
그저 골탕 먹이려던 것뿐인데 다른 남자의 손이 여름에게 닿은 것을 보자 그 손모가지를 확 비틀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오냐오냐했지. 오늘은 철저하게 교훈을 주겠어. 그러고 나면 좀 고분고분해 지겠지.’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무표정하게 말했다.
“건배하시죠.”
여름은 너무 절망한 나머지 하준의 눈에 불타오르는 질투가 보이지 않았다.
‘난 오늘 여기서 끝이구나.’
“한 잔 하세요.”
“그러면 재미가 없지. 러브샷은 한 번 해야 할 거 아냐?”
왕 대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여름은 억지로 러브샷을 주고 받았다. 여름은 술을 못 하지는 않지만, 여러 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어 왔던지라 술 몇 잔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저녁 접대 자리가 오래 갈 줄 알았는데 8시가 채 되지 않아 하준이 재킷을 걸치면서 빙긋 웃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하더니 나가버렸다.
여름은 정신을 차리고 멀어져 가는 하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그 순간, 가슴 속에 남아있던 작은 불씨마저 꺼져 버렸다. 깊은 심연으로 꺼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때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이 있기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좋아. 오늘 밤 귀한 선물을 즐겨봐야겠어.”
왕 대표는 여름을 껴안았다. 품엔 안긴 여름은 마치 영혼 없는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위층으로 올라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룸 안에 들어서자 왕 대표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몸이 달아서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였다. 여름은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잠시만요. 먼저 샤워 좀 하고요.”
“이렇게 향기로운데 뭘 씻어?”
왕 대표가 실실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좀 깨끗하게 씻고 싶어요. 좋은 밤 보내야죠.”
여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말도 예쁘게 잘하고. 좋아. 기다리지.”
왕 대표가 여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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