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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화

“그럼 서로 뜻이 잘 맞는 것 같네.” 최민이 웃었다. “다들 모였으니까 오늘 그냥 발표를 해버리죠?”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장춘자가 집사에게 말했다. “가서 그 팔찌 가져와.” 며느리인 고연경은 눈이 벌게져서 물었다. “집안에 내려온다는 그 팔찌 말씀이세요?” “그래, 하준이가 우리 집 상속자니까 팔찌는 그 애의 예비 신부한테 가는 게 맞지.” 장춘자가 웃었다. 옆에 있던 서유인 모녀는 이미 흥분해서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해야 했다. 곧 집사가 팔찌를 받쳐들고 왔다. 장춘자가 손짓으로 서유인을 불렀다. 손을 잡고 막 채워주려는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하준이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회색 정장에 실크 넥타이, 손목에는 너무 눈에 띄지 않게 차분한 시계를 차고 있었다. 독보적인 품위와 우아함이 넘쳤다. “여기서 다들 뭐 하십니까?” 하준이 둘러보니 거실에 서 회장의 식구들까지 다 모여있는 것이었다. 하준의 시선이 여름에게서 멈춰 꼼짝 않더니 마지막에 장춘자의 손에 들린 팔찌로 향했다. 최민이 웃으며 설명했다. “할머니가 가보 옥 팔찌를 예비 신부한테 주신대.” 하준의 눈썹이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할머니에게서 그 팔찌를 가져다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떨어트리지 말고 조심해라.” 장춘자가 한마디 했다. 최정이 웃었다. “할머니, 오빠가 직접 채워주고 싶은가 봐요.” “그러네. 저런 건 남자친구가 채워줘야지.” 최민이 놀리듯 말했다. 서유인은 갑자기 한층 더 긴장됐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여름은 고개를 돌리고 시계를 보는 척했다. 하준이 서유인을 흘끗 보더니 갑자기 팔찌를 상자에 쑥 넣어버렸다. “가보로 내려오는 팔찌니까 잘 보관해 두세요. 결혼하는 날 꺼내면 되죠. 어쨌든 내가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고, 누가 신부가 될지도 모르는데.” 첼로처럼 깔리는 하준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거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웃음을 머금고 있던 위자영 모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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