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여름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송영식은 일부러 이 말을 언급해서 백만 원이 채워지지 않게 할 속셈인 것이다. 그러면 언제까지 춤을 춰야 할지 모를 노릇이다.
예상대로 다들 모두 웃으며 말했다.
“오래 보려면 팁을 주지 말아야지.”
“그렇네, 천천히 구경하자고.”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봉을 잡고 서서히 댄스는 시작됐다.
사실 여름은 춤을 꽤 췄다. 여름은 잘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추면 다들 미쳐버릴 거야.’
그러나 그녀가 아직 모르는 게 있었다. 자신의 볼륨 있는 몸매와 그 얼굴이면, 바니 코스튬을 입고 그 자리에서 살짝 흔들고 손만 들어도 남자들을 미치게 만들 수 있었다.
송영식이 흥에 취해 녹화한 동영상을 하준에게 전송했다.
-하준아, 보고 있냐? 너 내신 내가 혼쭐을 내주는 중이지.
******
하준의 집.
잠자리에 들려고 하던 하준은 동영상을 클릭했다. 번개가 뇌를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빨간 바니 코스튬을 입은 여자는 주요부위를 가린 손바닥만한 천쪼가리를 제외하면 온 몸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새하얀 피부가 눈처럼 빛나는데 작은 얼굴은 어디서 많이 보던 미인이었다. 잘록한 허리는 리듬을 타고 있었고 미끈한 한쪽 다리가 봉을 감고 있었다.
그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 울컥 화가 치밀었다.
하준은 미친 듯이 송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이 자식이!’
저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의 이런 꼴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생각만해도 송영식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준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정확히 3분 후 전용 헬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야심한 밤에 서명산에 사는 재벌가들은 집집마다 시끄러워졌다.
“최 회장네 헬기 아냐? 이 밤에 어딜 가는 거지?”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는 거겠지. 최 회장이 헬기를 타는 일은 별로 없거든.”
*****
유람선 위.
다들 한껏 흥에 겨웠다. 그 중 하나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위스키 잔을 들고 비틀거리며 여름에게 다가갔다. 우락부락한 손을 가녀린 어깨에 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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