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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최하준은 여름이 차려 놓은 푸짐한 아침 식사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이게⋯.” “쭌, 어제 고양이 푸딩을 먹게 해서 미안해요. 사과의 의미로 아침 식사는 제대로 했어요.” 여름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국을 떠 주었다. “흠⋯⋯ 됐습니다. 어제 저녁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습니다.” 최하준의 표정이 살짝 경직되었다. “고, 고양이 사료를 먹어보니 공감이 되더라고요.” 여름은 캑캑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여름의 반응에 상대는 대꾸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설 때였다. “출근합니까? 역까지 태워줄까요?” 최하준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름은 움찔했다. “저 잘렸어요.” 고개를 저으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하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 집안 회사에 근무하는 거 아니었나? 가족과 갈등이 심한가 보군.’ “그렇군요. 그럼 지오를 잘 부탁합니다.” ‘흥, 나도 나름 고급 인력인데 집에서 고양이 밥만 해줄 수는 없지.’ “구직활동해야죠. 지오는 걱정 마세요. 먹이는 제때 줄 테니까.” “그러십시오.” 최하준은 무심하게 나가버렸다. ****** 그 후 이틀 동안 여름은 직장을 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테리어나 건축 설계에 관련된 일자리는 차고 넘쳤지만, 배경을 드러낼 수는 없어 화려한 경력을 숨겨야 했다. 게다가 나이까지 어리다 보니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단순 보조 사원으로만 채용하려고 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신주인테리어’라는 작은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워낙 작은 회사인 데다 디자이너가 둘 뿐이라 디자인을 하다가도 일손이 부족하면 회사 밖에서 전단을 돌려야 했다. 여름은 이런 일이 난생 처음이라 너무 부끄러웠지만, 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전단지를 잘 받아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귀찮아서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시간 넘게 길바닥에 서 있었더니 얼굴은 땀 범벅이 되고 피부는 붉게 달아올랐다. 가을인데도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다. 또 한 사람이 여름의 전단지를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검은 스포츠카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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