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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여름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째서 아까 이 책을 보고 고양이 푸딩을 만들었다는 걸 깜빡했을까? “어, 그, 그게⋯.” “특별히 나를 위해 만들었다면서요.” 고양이 먹이를 먹었다니 속이 뒤집혀 토할 지경이었다. 여름은 울 것 같았다. “사실은 지오 푸딩이었어요. 그런데 맛있다고 하니까, 사실대로 말하기 힘들더라고요.” “강여름 씨.” 30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화가 난 것은 처음이었다. 여름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굉장히 영양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영양가 있는 건데 직접 먹어 보시죠.” “저, 맛은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최하준은 맛이 있다고 말까지 했던 걸 생각하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여름이 뭔가 말하려는데 상대가 서재로 홱 들어가 버렸다. ‘망했어. 진짜 화났잖아.’ 여름은 울고 싶었다. 이번에는 들어와서 잘 지내보려 했는데 1시간도 안 돼서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외숙모로 눌러 앉으려던 목표는 점점 멀어져 갔다. 잠시 후 여름이 서재 문을 두드렸다. “저리 가시죠.”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났구나. 이따 다시 오자.’ 여름은 샤워를 하고 귀여운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렸다. 여름은 윙크를 하고 이리저리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꽤 만족스러웠다.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얼마나 청순하냐.’ 최하준도 보면 반할 게 틀림없었다. “뭐 합니까?” 옆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부들부들 떨며 돌아보니 최하준이 머그잔을 들고 비웃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언제부터 저기 있었대?’ “그게, 저, 내가⋯.” ‘당신 유혹하는 연습 하고 있었다, 왜!’ “거울을 보니까 내가 너무 예뻐서 그만⋯.” 여름이 수줍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후안무치가 새로운 경지를 돌파했군.’ 그러나 솔직히 자신도 여름이 상큼해서 좋았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매력을 내뿜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뭐 하나 보고 있었더니⋯.” 최하준이 비웃으며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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