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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화

최하준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기울여 여름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내심 궁금했다. “남자친구예요.” 여름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구 이사님 뜻은 잘 알겠지만, 저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사님들께서 소개해 주시는 분들 모두 응대할 만큼 제가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고 전해주시면 좋겠네요.” 구성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 말을 남겼다. “똑똑한 분이시니 잘 아시겠지만, 잘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이사회의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면 여러모로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은 꼭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대표님이 지금 얼굴만 보고 남자 만나실 처지가 아닙니다.” 최하준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옆에 있던 차윤은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충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제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거든요. 알았으면 그만 가보세요.” 여름이 단호하게 잘라냈다. “세상 물정을 정말 모르시는군요.” 구성호가 잔뜩 열이 뻗쳐 여름을 쏘아보다가 가버렸다.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리다가 모호한 최하준의 시선과 마주쳤다. 방금 했던 오글거리는 말들이 떠올라 얼굴을 붉혔다. “빨리 포기하라고 그런 거예요. 오해하지 말아요.” “무슨 오해?” 최하준이 웃음기를 빼고 눈을 가늘게 뜨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날 사랑해서 이젠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 “……” ‘헉,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했어? 내가?’ 그러나 그 위험스러운 얼굴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름의 침묵에 최하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탑시다.” 차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적절한 화제를 찾다 보니 또 이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식사했어요?”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여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 뱃속이 다시 조용해지자 여름이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겨우 여섯 시 조금 넘었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나 했더니 점심도 안 먹었잖아?” “회사 구내식당 밥이 맛이 없습니까?” 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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