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양유진은 카펫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었다. 놀랍게도 “최하준”이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최하준? 그 사람이 왜?’
순간 양유진의 머릿속에 수많은 의혹이 스쳤지만, 가까스로 억누르고 핸드폰을 갖다주었다.
응답 버튼을 누르고 귓가에 갖다 대니 바로 화난 최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번이나 전화했습니다. 강여름 씨, 한 번 더 안 받으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었습니다.”
여름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뭘 그렇게까지요.”
“허구헌날 누구한테 당하고 다니니 내가 안 이럽니까?”
최하준이 쏘아붙였다.
“잠깐만 한눈팔았다가는 저세상 사람 될까 봐 그럽니다.”
여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그래, 또 당했지.’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해주에서 부랴부랴 돌아오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화신과 맞서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변호사래도 글로벌 기업인 화신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괘, 괜찮아요. 윤서랑 노느라고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어둬서 못 들었어요.”
“강여름 씨, 목소리가 왜 그렇습니까?”
최하준이 쌀쌀맞게 말했다.
“누가 들으면 유혹하는 줄 알겠습니다.”
여름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최대한 자연스런 목소리를 냈다.
“무슨 소리예요. 쇼핑하러 갈 거라고 말했잖아요.”
“일찍 집에 들어가요.”
“네네.”
여름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먼저 나가 계실래요?”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
양유진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닥 위의 핸드폰을 힐끗 보고 나서 몸을 돌려 나갔다.
머리속엔 온통 여름과 최하준의 대화로 가득했다.
‘왜 최하준에게 거짓말하는 거지? 둘이 무슨 관계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양유진은 날이 밝을 때까지 밖에 앉아 있었다.
아침 7시, 여름은 비틀거리며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몸에는 어제 양유진이 비서를 시켜 급히 사 온 옷을 입고 있었다.
“병원으로 갑시다.”
양유진이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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