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6화
말을 마친 여름은 여울을 제리고 서재에서 나갔다.
허둥지둥 서두르는 게 눈에 보였다.
아무리 담대한 여름이라고 해도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하마터면 완전히 정신줄을 놓을 뻔했어.
아니, 왜 이렇게 자제가 안 되는 거야?
이래가지고서는 위엄이 사라진다고.’
여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 나자 차마 서재로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하늘에게 하준을 불러와서 둘이 같이 씻으라고 했다.
“오늘은 하늘이가 준에게 목욕하는 법을 가르쳐 봐.”
여름이 아들에게 지시했다.
“싫어. 왜? 여름이가 씻겨 줘.”
하준은 여름의 말을 듣자마자 싫은 얼굴을 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러면 쭌도 엄마에게 씻겨달라고 해.”
하늘이 하준을 흘려보았다.
“손이 있으니까 혼자 씻어 봐. 여자애가 남자애를 씻기면 안 돼. 몸을 마구 여자애들에게 보여주는 거 아니라고.”
“……”
‘아니거든, 아들아.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랑 그럴 수 있다고.
너무 원리 원칙대로 가르쳐 주지 마. 최하준이 나에게도 몸을 안 보여주면 어쩌란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 여자애가 내 몸을 보고 싶다고 하면?”
“그건 변태지.”
그렇게 말하더니 하늘은 목욕탕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하준이 복잡한 눈으로 변태 강여름을 흘긋 쳐다보았다.
여름의 머리에서 김이 나오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 다른 말은 할 수 없어서 하준의 등을 떠밀었다.
“얼른 들어가서 씻어.”
그러더니 여름은 여울이의 옷을 들고 씻으러 가는 척 했따.
밤이 되자 네 사람은 큰 침대에 다 같이 누웠다.
늘 하던 대로 하늘과 여울이 가운데 자리했다. 그런데 오늘은 큰 아기가 하나 늘어버렸다. 여울이 한사코 엄마 곁에서 자려고 했기 때문에 하늘은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하준은 여울과 하늘 중간에 끼어 있었다.
하준은 자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내 여름 쪽으로 비비고 들어갔다. 가운데 끼어 있던 여울이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쭌이랑 엄마 사이에 껴서 짜부됐잖아! 하늘이 쪽으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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