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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화

상혁이 간식거리를 가져오자 하준은 초콜릿을 맛나게 먹었다. 상혁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울이가 누굴 닮았는지 완전히 알겠네요.” ‘회장님이 이렇게 초콜릿을 좋아하시는지 몰랐네.’ 여름은 하준이 어렸을 때 내내 보모에게 학대 당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바람이 어디서도 초콜릿을 마음대로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행복한 유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인지도 몰랐다. 오후가 되자 이주혁과 송영식, 윤서가 왔다. 하준은 침대에서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손에는 초콜릿 쿠키를 들고 어찌나 몰입했는지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다. “아니, 하준아. 왜 이렇게 되었어?” 송영식은 마음이 쎄했다. 초코 과자를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보는 하준이라니…. 내가 아는 그 하준이가 맞나? 송영식이 아무리 떠들어도 하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과자를 먹으며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윤서가 우유와 초콜릿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야 왜 이걸 사오라고 했는지 알겠다.” “여기 둬.” 여름이 윤서가 들고 온 것을 받았다. 윤서가 여름의 어깨를 두드렸다. 친구가 너무 안쓰러웠다. “넌 괜찮니? 너랑 하준 씨는 어쩜 이렇게 쉬운 길이 하나도 없냐? 그냥 최하준을 놓고 떠나는 건 어때?” “무슨 소리야?” 송영식은 그 말을 듣자 기분이 확 상했다. “하준이가 저 지경이 됐는데 불쌍하지도 않아?” “불쌍하지. 그렇지만 우리 여름이는 안 불쌍하냐고? 아직 한창 나이인데 최하준이 언제 회복될 지 누가 알아?” 윤서도 기분이 언짢았다. “저렇게 운이 안 좋은 사람은 결혼을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최하준이 백지안에게 속아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송영식이 입을 벌렸다. 살짝 당황한 듯했다. “그…그렇진 않을 수도 있지. 백지안이 이런 능력이 어디 있어?” “전에 최하준이 최면에 걸렸다고 얘기를 해도 안 믿었지? 그게 아니면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이 지경이 되겠냐?” 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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