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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화

하준은 제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서 한껏 상대를 도발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온 집안에 기괴한 음악이 울렸다. 뭔가 산스크리트어 같은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정신을 집중해서 어디서 들었던 음악인지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돌연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이어서 2층에서 별처럼 등이 하나 비쳤다. 그 불빛을 바라보니 다시 구석에서 불빛이 하나 더 빛났다. 두 불빛이 끊임없이 번갈아 가며 비추니 정신이 혼란했다. 하준은 바로 눈치 채고 눈을 감았다. 이어서 2층에서 공허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하준, 기억해라. 백지안은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이 목소리는…?’ 하준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머리 속이 웅웅 울렸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름이야. 아니라고!’ “백지안, 수작 부리지 마!” 하준은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 닿기 전에 뭔가에 걸려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공허한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됐다. “네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강여름이다. 강여름이 널 꼬드겼어. 강여름은 너를 꼬드겼다. 꼬드겼어…” 기억의 창문이 탕하고 무언가에 의해서 열린 것 같았다. 머리가 극심하게 아팠다. 얼굴은 온통 하얗게 질렸다. 간신히 남은 이성의 끈에 기대어 생각해 보니 양유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귀를 파고 들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 속에서 수많은 자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억 속에서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목소리였다. “이혼하고 싶습니까? 좋습니다. 3년 동안 밥을 해주면 이혼해 주겠습니다.” “강여름,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한 적이 있나?” “당신이 신경 쓰지 않는대도 난 신경 쓰여. 당신이 날 미워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어쩌겠어. 그래도 난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 강여름이라는 독에 중독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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