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화가 나 전화를 걸었다.
“강여름 씨, 당장 돌아오지 못하겠습니까? 계약서 내용 다시 짚어줘요? 내가 자선사업 하는 줄 압니까? 필요할 때는 공짜로 도와달라고 하더니, 그깟 음식이 몇백억짜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게다가 처음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순진한 척입니까?”
한마디 한마디가 듣고 있는 여름을 때리고 있었다.
처음엔 미안하기만 했던 여름도 이제 화가 치밀었다.
“무슨 근거로 내가 처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한선우랑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다면서 아직 첫 경험이란 게 남아 있다는 겁니까?”
최하준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순수하게 사귈 수도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한 적 없어요.”
여름은 위축되어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최하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0분 주겠습니다. 당장 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감당 못 할 일 생길지도 모릅니다.”
망연자실한 여름은 수영장 가에 잠시 서 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빚진 것 투성이인데 배은망덕한 인간이 되고 싶진 않았다.
최하준은 현관에 서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불빛이 가물가물하게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미안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 그냥 무서워서….”
여름은 고분고분하게 곁으로 가 허심탄회하게 사과했다.
“아직 원하면, 방으로 돌아갈게요.”
최하준이 이를 꽉 물고 물었다.
“전에 나한테 술수 쓸 때는 두려워 보이지 않던데?”
“그땐… 너무 좋아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거든요!”
여름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거짓말을 했다.
“거절당하고 나서는 소심해져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
좀 아까 깎인 체면이 조금 회복된 기분이었다.
“알겠습니다. 당분간 손 안 대는 걸로 하죠. 밥 먹읍시다.”
최하준은 차가운 얼굴로 거실로 돌아갔다.
여름은 멍하게 서 있었다.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주다니,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
TH그룹.
회의실에서 강테환은 사장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AB팀에 벌써 디자이너 다섯 명, 건축사 네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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