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3화
왜인지는 몰라도 아까 식구들이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 송영식은 예전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아이 때문인지 임윤서가 사실 꽤 괜찮아 보여서 와이프로도 손색이 없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윤서에게 은근슬쩍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
‘사랑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천천히 윤서랑 아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윤서는 빨간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송영식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니, 뭐라고 말 좀 해 봐. 자기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너무 떨린다고.”
“두 번째 청혼이면서 뭐가 그렇게 떨린대?”
윤서가 부루퉁하게 답했다.
“……”
송영식은 움찔했다. 순식간에 일전에 레스토랑에서 백지안에게 청혼했던 일이 떠올리고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전에 지안이에게 청혼했을 때도 진지하긴 했지만 그 일은 이미 다 지난 일이잖아. 이제 뭐 걔랑 전혀 잘 될 가능성도 없다고. 난 지금 당신한테 청혼하고 있어. 솔직히… 난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결혼해서 우리 집안이 위기를 벗어나게 되면 그때 윤상원을 혼내 주자고. 생각해 봐. 지금 사람들이 온통 우리를 욕하고 있잖아? 윤상원과 신아영이 저렇게 의기양양하게 이 상황을 즐기게 그냥 두고만 볼 거야?”
윤서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나도 그 꼴을 보고만 있고 싶지는 않다고!’
“나도 당연히 저것들이 그러고 있는 거 마음에 안 들지. 하지만 백지안에게 무릎 꿇고 청혼했던 사람이 나한테 와서 대충 이렇게 청혼이라니, 내가 무슨 재활용 센터도 아니고 말이야.”
졸지에 재활용품으로 분류된 송영식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말을 그렇게 해? 당신도 윤상원이랑 사귀다 헤어졌고, 난 백지안이랑 사귀다 헤어졌고, 쌤쌤이잖아?”
“뭐래? 내가 중고다, 뭐 그런 말이야?”
윤서는 임신 중이라 안 그래도 한창 예민해져 있었다.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동병상련이다… 뭐 그런 뜻이지.”
송영식이 무안해 하며 해명했다.
그리고, 난 당신이 훌륭한 인재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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