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8화
“아우, 정말 부끄럽게. 뭐래!”
여름이 손가락을 세워 하준의 입을 막았다.
“우리 자기는 ‘아, 뭐래!’ 할 때 너무 귀엽더라.”
하준이 음흉하게 웃었다.
“거기 두 사람 적당히 좀 하지.”
송영식이 결국 비죽거렸다. 액정을 뚫고 닭살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아, 준. 가만히 좀 있어 봐.”
여름이 하준에게 경고를 하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윤서는 상원이 오빠를 못 잊어서가 아니에요. 윤사원한테 붙어 있는 윤아영 때문일걸요. 윤후식품 상대하기 싫으면 내가 직접 신아영을 상대할게요. 진작 알았으면 내가 먼저 나서는 건데. 윤상원이 서울로 진출하려는 건 이제 알았네요.”
“자기야, 그게 누군데? 자기 손 더럽히지 말고 냅둬. 내가 할게.”
하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송영식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다급해졌다.
“아니, 두 사람은 나서지 말라고. 안 한다고 안 그랬어. 그냥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그게 좀 복잡해서 내가 말해도 이해가 안 되고 별로 믿어지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거두절미하고 하여간 윤상원 때문은 아니에요.”
여름은 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 송영식은 여름이나 하준이 선수 칠까 봐 바로 비서에게 연락해서 작전 개시를 명령했다.
******
원연수는 원래 오전에 광고 촬영이 있었다. 그러나 권현규가 급히 부르는 바람에 촬영에 늦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촬영하는 사람을 불러서…”
원연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었는데 사무용 의자에 앉은 훤칠한 모습에 뒷말은 막혀버렸다.
“왔군.”
힘줄이 두드러지는 이주혁의 손에는 검은 만년필이 빙글거리고 있었다.
“10분이나 기다렸다고.”
원연수가 아무리 성격이 원만하다고 해도 울컥 화가 났다.
“여기 오느라고 광고 촬영을 2시간이나 미뤄 놓고 왔는데, 이게 뭐죠?”
“회사 대표가 보자고 부르면 직원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이주혁이 원연수의 차가운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서 모처럼만에 인간다운 표정이 느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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