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9화
여름은 찻잔을 들고 있다가 헛기침을 했다.
여름을 위해 이주혁이 증거를 모아두는 수고를 감내해 주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윤서에게 엄지척을 해 보였을 것이다.
팩폭에는 역시 윤서가 전통의 강자였다.
“알지 못하면서.”
이주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어쨌든 자신과 결혼할 사람인데 윤서가 자꾸 시아를 두고 조롱하니 아무래도 자기 체면이 깎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죠. 내가 뭘 알겠어? 예전에 여름이가 당신들하고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얼마나 울화가 치밀었을지 나도 이제야 겨우 알았는데.”
윤서가 벌떡 일어서 여름을 보고 웃었다.
“난 이제 실컷 먹었으니까 먼저 갈게.”
“데려다줄게.”
여름이 바로 일어섰다.
“됐어. 넌 하준 씨랑 같이 있어. 난 너무 먹어서 산책이나 좀 하다가 들어가게.”
윤서가 손을 저으며 그대로 나갔다.
송영식이 곧 일어섰다.
“내가 좀 데려다주고 올게.”
룸 안은 다시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
이주혁이 술을 따르며 담담히 말했다.
“내가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군. 여기서 눈칫밥이나 먹느니 나도 간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나자 여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다음부터는 이런 멤버로 모여서 먹지 말아야겠다. 최소한 내 친구들이랑 자기 친구들은 같이 붙여 놓으면 안 되겠어.”
“이렇게 분위기 싸늘해질 줄은 나도 몰랐네.”
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감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 주혁이 쟤가 오늘 왜 저러는지 나도 모르겠네. 아마도 연수 씨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당신이랑 친구들에게 접근하는 것 같아서 마땅찮았나 봐.”
“진짜 노리는 게 있는 사람이라면 나나 윤서에게 접근하지 않았겠지. 무슨 수를 쓰든 돈과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접근하는 게 훨씬 이득인걸.”
여름이 어깨를 으쓱했다.
“연수 씨는 연예계에 있는 사람인데 나나 윤서랑 가까워져서 얻을 데 뭐가 있겠어? 뭐, 윤서에게 화장품 샘플이나 몇 개 받으려나?”
“흠, 그것도 그렇네.”
하준이 여름의 말을 듣고는 움찔하더니 웃었다.
“그리고… 어쩐지 연수 씨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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