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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5화

그 순간 송영식의 마음은 완전히 싸늘하게 얼어버렸다. 어린 소년의 짝사랑을 마음에 품고 십 수년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었다니. 인생이 전부 우스워졌다. 며칠 동안 송영식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회사도 가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가만히 누워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사흘을 멍하니 있다가 본가로 찾아가 현관에 무릎을 꿇었다. 밤 9시가 되자 폭우가 쏟아졌다. 송영식의 본가 거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지경이었다. “아버님….” 전유미가 걱정스러운 듯 송우재를 바라보았다. “내가 뱉은 말을 주워담으란 말이냐?” 송우재가 노려보았다. “그런 말씀이 아니라…” 전유미가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저희 자식 아닙니까? 주혁이 말을 들어보니 며칠 째 애가 아무 것도 안 먹었대요. 낮에야 해가 나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니 오래 못 버틸 것 같습니다.” “못 버티면 그만 둬야지! 당장 돌아 가라고 해!” 송우재가 벌떡 일어서더니 계단까지 툴툴 거리며 걸어가서 갑자기 외쳤다. “내일 아침까지 꿇어 앉아 있는지 보겠다.” “네.” 그렇게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전유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송영식은 여전히 대문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송영식은 하루 밤낮을 꼬박 꿇어앉아 있었던 데다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떴다. 불러 들어가는데 다리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들어가자 붉어진 눈시울로 송우재 앞에 꿇어 앉았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사람을 제대로 못 알아보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송우재는 느긋하게 국을 떠 마시며 말했다. “윤서 올 때까지 그대로 꿇어 앉아 있거라.” 송영식은 움찔했다. 송윤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윤서도 우리 식구니까요. 일단 식구가 다 모여야 이야기를 하지 싶어서 정환이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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