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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3화

여름도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잠시 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3년 전, 내가 지다빈이 강여경이라고 말했을 때도….” 이주혁이 말을 끊었다. “하지만, DNA 검사를 해보니 죽은 사람은 진짜 지다빈이었어요. 여름 씨, 소영이랑 친했던 건 잘 알지만, 그 집 식구들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소영이 무죄를 밝히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주혁의 태도에 여름은 화가 치밀었다. “백지안이 순수하고 착하다고 했었죠? 소영이가 괴롭히는 거라고. 이제 백지안의 실체를 알고서도 소영이가 백지안을 괴롭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백지안 때문에 자살까지 하려고 했던 거 몰라요? 이제 날 오해했던 걸 알았다면 소영이도 예전의 나와 같은 상황일 수 있다는 걸 왜 생각 못해요?” 주혁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하준이 잽싸게 거들었다. “당신 말이 맞아. 우리가 정말 바보 같았어. 백소영에게 편견이 있었던 거야.” “그래, 편견 있었지.” 여름이 하준의 말에 동의했다. “이주혁 씨, 소영이랑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걔한테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잖아요. 그리고 자기 생각이 틀렸을까봐 수많은 이유를 만들어 자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죠. 그런데 사실은 당신이 너무 고집만 부린거예요. 왜 소영이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 공평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죠?” “세상을 떠났다고?” 주혁이 중얼거렸다. 며칠 전 묘지에서 유골이 파헤쳐진 그쪽 집안 사람의 묘지를 본 터였다. “그럼 살았겠어요?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경찰이 샅샅이 뒤졌는데도 못 찾았다고요, 살아 있을 리가 있어요?” 여름은 목이 메었다. 하준은 뭐라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여름의 등만 어루만져줄 뿐이였다. 여름이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 지다빈과 강태환의 머리카락으로 검사해서 부녀관계라는 걸 밝혀냈는데, 동성에서 검사를 하다 보니 강여경의 친구가 알게된 거예요.” “죽은 사람은 진짜 지다빈이었어요. 화재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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